김병현(23.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지난 7개월간 자신을 끈질기게 괴롭혀 온 월드시리즈 홈런 악몽을 완전히 떨쳐버렸다. 1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프로야구 애리조나와 뉴욕 양키스의 인터리그 경기가 열린 양키스타디움. 지난 해 월드시리즈 패권을 다퉜던 바로 그곳에서 두 팀은 다시 맞붙었고 김병현은 관중석을 가득 메운 5만1천여 뉴욕 시민의 야유섞인 박수속에 7-5로 앞선 8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2점차 리드는 지난 해 월드시리즈 4, 5차전을 그대로 빼닮았지만 김병현은 통한의 홈런을 맞고 마운드에 털석 주저앉던 그런 모습을 재연하지는 않았다. 대신 막강 양키스 타선의 클린업트리오를 삼진 3개로 돌려세우며 2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는 위력적인 피칭으로 양키스에 진 빚을 말끔하게 갚았다. 월드시리즈 4, 5차전에서 뼈아픈 홈런을 안겼던 티노 마르티네스와 스캇 브로셔스, 데릭 지터와 재대결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마르티네스는 올 해초 세인트루이스로 이적했고 브로셔스는 은퇴했으며 1번 타순에 배치된 지터는 김병현과 마주할 기회가 없었다. 9회말 2사 1, 2루에서 쉐인 스펜서의 타구때 병살로 처리하며 9-5 승리를 확정지은 김병현은 들고 있던 공을 지난 해 브로셔스의 홈런 볼이 떨어졌던 왼쪽 외야쪽으로 던져 승리를 자축했고 1루수 마크 그레이스와 축하의 포옹을 했다. 지난 7개월간 자신을 악령처럼 따라다녔던 홈런에 대한 아픈 기억을 한꺼번에 날려버리는 순간이었다. 홈런 악몽에 시달려 한때 심한 `언론기피증'까지 보였던 김병현. 그는 이날 양키스 설욕전으로 가슴에 맺혀있던 응어리를 속시원하게 풀어냄으로써 메이저리그 최고의 소방수를 향한 발걸음이 더욱 가볍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