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스페인 축구대표팀에는 '무적함대'라는 접두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됐다. 스페인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16강 꿈을 무참히 짓밞으며 전승으로 결승토너먼트에 올랐다. 스페인은 12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아공과의 2002한일월드컵축구 B조 최종전에서 2골을 몰아 넣은 라울 곤살레스의 활약에 선수들을 두루 기용하는 여유를 보이고도 3-2로 승리했다. 3전승하며 승점 9로 조 1위가 된 스페인은 오는 16일 수원에서 E조 2위 아일랜드와 준준결승 진출을 다툰다. 또 간판 스트라이커 라울은 개인통산 3골을 기록하며 '98프랑스월드컵때 풀지 못한 득점왕 경쟁에 본격 가세했다. 앞 경기까지 1승1무를 기록하며 사상 첫 16강 진출을 눈앞에 뒀던 남아공은 스페인의 현란한 공격축구를 넘어서지 못한 채 슬로베니아를 대파한 파라과이에 다득점에서 뒤지며 무너져 아쉬움이 컸다. 남아공이 이날 시부시소 주마와 퀸턴 포춘이 지휘하는 빠른 측면공격을 앞세워 강공작전을 펼친 반면 스페인은 라울과 페르난도 모리엔테스 투톱에 가이스카 멘디에타를 플레이메이커로 세운 가운데 결코 급하지 않지만 절도있는 공격을 선보였다. 이날의 영웅 라울은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고 불과 4분 밖에 지나지 않아서 득점포에 불을 당겼다. 미드필드에서 날린 가이스카 멘디에타의 땅볼 스루패스가 길어 슬라이딩하며 전진한 남아공 골키퍼 안드레 아렌세에게 잡히나 싶었지만 아렌세의 부주의로 볼이 튀어나오던 그 짧은 순간을 라울이 놓칠리 없었다. 먹이감의 허점을 정확히 파고드는 독수리처럼 라울은 기어이 그 볼을 낚아챈 뒤 유유히 왼발로 골문을 흔들었던 것. 전반 31분 베니 맥카시의 멋진 발리슛으로 남아공이 동점을 만들자 이번에는 멘디에타의 발이 불을 뿜었다. 멘디에타는 전반 종료직전 아크 왼쪽에서의 프리킥 찬스에서 오른발로 멋지게 감아차 상대 수비벽의 오른쪽을 유유히 빠져나가 골키퍼가 손쓸 틈도 없이 골문을 파고드는 기막힌 골을 성공시켰다. 이후 후반 8분 루커스 라데베가 동점골을 성공시키면서 남아공은 필사의 항전을해 왔지만 라울은 이를 비웃 듯 후반 11분 호아킨 산체스가 오른쪽에서 올려준 센터링을 머리로 받아넣어 결승골을 뽑아 냈다. 후반 37분 루이스 엔리케와 교체돼 나갈때까지 득점은 물론 수시로 미드필드까지 내려와 볼배급로 역할까지 해내던 라울과 그의 투톱 파트너 모리엔테스, 부활한 미드필더 멘디에타가 이끄는 스페인의 공격진은 이날 화려한 공격축구의 정수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듯 했다. 항상 지역감정에 기인한 조직력붕괴로 큰 무대에서 고배를 마셨던 스페인은 공수의 핵 라울과 페르난도 이에로를 앞세운 화려한 진용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면서 프랑스, 아르헨티나가 퇴장한 이번 대회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 (대전=연합뉴스)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