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바티스투타와 아리엘 오르테가의 현란한 발재간도, 클라우디오 로페스의 총알같은 왼발 슛도 다 소용없었다. 이를 악문 아르헨티나의 파상 공격은 계속됐지만 경제난 속에서도 한 가닥 빛을 기대, 지구 반대쪽으로 날아와 혼신의 응원을 펼친 조국 팬들의 애간장만 태울 뿐이었다. 공격 점유율 66% 대 34%. 슈팅수 14 대 5. '거함' 프랑스가 3경기에서 단 1골도 넣지 못하고 침몰했듯,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아르헨티나도 그렇게 닮은 꼴로 무너졌다. 아르헨티나는 12일 미야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2한일월드컵축구 F조 스웨덴과의 최종전에서 시종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골이 터지지 않는 불운 속에 1-1로 비겨 결국 '죽음의 조'의 희생물로 남게 됐다. 기필코 이겨야했던 아르헨티나는 선발 라인업에서 많은 모험을 시도했다. 우선 잉글랜드전에서 부진했던 후안 베론 대신 파블로 아이마르에게 플레이메이커의 중책을 맡겼고, 노장 디에고 시메오네 대신 마티아스 알메이다를 중앙 수비형미드필더로, 디에고 플라센테 대신 호세 차모트를 중앙 수비수에 기용했다. 초반부터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의 작전은 적중하는 듯 보였다. 아르헨티나는 미드필드를 완전히 장악한 채 바티스투타의 헤딩슛과 로페스의 왼발 강슛이 여러 차례 아깝게 빗나가는 등 많은 골을 낼 듯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측면에서 골 지역으로 넘어오는 결정적인 센터링이 수없이 많았고 미드필드에서 한번에 찔러주는 패스도 종종 스웨덴의 포백 수비를 꿰뚫었지만 귀신에 씐것 처럼 골은 터지지 않았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들어서도 공세를 늦추지 않았지만 오히려 상대편 안데르스스벤손에 프리킥골을 허용, 뒤지기 시작했고 비엘사 감독은 후안 베론을 다시 플레이메이커에 넣고 킬리 곤살레스를 후안 소린 대신 기용했다. 바티스투타마저 에르난 크레스포로 바꾸는 총력전을 폈다. 그러나 중거리슛은 여전히 스웨덴 선수들의 몸에 맞고 나왔고 골문 가까이에서의 찬 슈팅 또한 아깝게 빗나가는 등 불과 몇분에 한번씩 찾아오는 골 찬스가 계속될 수록 오히려 아르헨티나 선수와 팬들은 불안해했다. 슛이 골문을 빗겨갈 때마다 지르던 안타까운 함성이 절망의 탄식으로 변해가던 후반 43분. 애타게 기다리던 동점골이 오르테가의 페널티킥 실축을 가까스로 되찬 크레스포에 의해 터진 뒤 아르헨티나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스웨덴을 거칠게 밀어붙였다. 일본 관중들까지 합세해 외치는 '아르헨, 아르헨'의 구호에 경기장은 떠나갈 듯했지만 결국 불운. 크게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를 비긴 아르헨티나는 잉글랜드-나이지리아전 무승부와 함께 '62칠레대회 이후 40년만에 첫 16강 탈락의 아픔을 받아들여야 했다. (미야기=연합뉴스)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