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축구에서 아일랜드의 16강 진출 원동력은 한마디로 `투지'였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불굴의 정신력과 승부욕이 지난 94년 미국대회에 이어 두번째로 월드컵 16강 진출을 일궈낸 것이다. 아일랜드는 이번 대회 지역예선에서부터 16강이 확정된 11일 사우디 아라비아전까지 고난과 시험의 연속이었지만 스스로 놀랄 정도로 잘 극복해냈다. 유럽지역 예선에서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 강팀들과 같은 조에 편성됐던 아일랜드는 이번 월드컵 우승 후보로 거론됐던 포르투갈과의 2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하고 네덜란드에 승리하는 등 선전을 거듭했다. 특히 전방 공격수 4명의 몸 값이 아일랜드 전체 선수의 몸 값 보다 많은 네덜란드와의 9차전 홈 경기에서 1-0으로 거둔 승리는 투지로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결국 네덜란드를 밀어내고 조 2위로 이란과 플레이오프를 치를 자격을 얻었고 본선 티켓까지 거머쥐었다. 월드컵을 개막 직전까지도 시련은 이어졌다. 팀 공격의 핵인 로이 킨이 공개석상에서 감독과 동료 선수들을 비난하면서 내분에 휩쌓인 것. 하지만 아일랜드의 마이클 매카시 감독은 곧 바로 로이 킨을 방출하고 선수들도 팀 화합을 위해 매카시 감독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내분을 수습했다. 안정돼 가던 팀 분위기는 카메룬과의 첫 경기에서 전반 39분께 첫 골을 내주며 또 위기를 맞는듯 했다. 그러나 전열을 가다듬은 아일랜드는 후반에 동점골을 넣어 1-1로 비겼고 첫 패배 위기에서 벗어났다. 아일랜드는 독일과의 2차전에서도 첫 골을 내줬지만 정규시간이 모두 끝난 뒤에도 공세를 늦추지 않아 인저리타임에 동점골을 넣고 1-1의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이 경기를 지켜본 축구팬들은 처음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던 90년 이탈리아대회에서 8강에 올랐던 아일랜드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극찬했다. 투지로 16강의 희망을 살려놓은 아일랜드는 사우디를 3-0으로 가볍게 제압하고 16강 진출의 축배를 들었다. (요코하마=연합뉴스)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