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필드의 강한 압박과 스피드를 앞세운 축구가득세하고 있다. 11일까지 조별리그 일정의 3분의 2를 넘어선 한일월드컵에서는 `압박'과 `스피드'가 세계축구의 명암을 가르는 확실한 화두로 부각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 멤버인 프랭크 퍼리나 호주 감독이 11일 브리핑에서 밝힌 것처럼 강한 압박에 바탕한 미드필드에서의 치열한 공방, 스피드를 앞세운 측면공격 등이 이번 대회에서 두드러진 전술적 특징이 되고 있는 것. 이같은 경향은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의 면면과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에 있던 팀들이 강호들을 격파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면서 세계 축구의 평준화를 가속화시키고있다. 우선 대회 이전 약체로 분류됐던 D조의 한국과 미국이 펼치고 있는 선전은 이같은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이 한 수 위로 평가받던 폴란드를 2-0으로 완파한 힘은 김남일, 유상철, 이을용, 송종국 등 미드필더들이 강인한 체력과 스피드를 앞세운 압박능력으로 중원싸움에서 완승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월드컵 개막을 코앞에 둔 지난달 중순까지 훈련때 선수들의 세밀한 개인기와 세트플레이능력을 배양하기보다는 꾸준한 체력강화에 무게를 뒀던 거스 히딩크 감독의`지배하는(dominant) 축구'가 결국 옳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미국도 조커로나 기용할 것으로 예상됐던 스무살 동갑내기 다마커스 비즐리와랜던 도노번, 존 오브라이언(25) 등 젊고 빠른 미드필더들을 일약 주전으로 등용하면서 미드필드 싸움과 측면대결에서 주도권을 장악, `거함' 포르투갈을 격침시키는개가를 올렸다. 또한 조별리그 최대의 빅 매치였던 지난 7일 F조의 잉글랜드-아르헨티나전에서빠르고 힘있는 미드필더들을 앞세운 잉글랜드의 압박이 아르헨티나의 현란한 개인기와 탄탄한 조직력을 뛰어넘은 것 또한 이같은 경향을 증명하는 한 사례였다. 반면 `아트사커'로 지난 98년 월드컵과 2000년 유럽선수권을 석권했던 프랑스의몰락은 이같은 세계축구의 흐름에 둔감했던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98년의 주전 멤버들을 대부분 중용, 주전들의 노쇠화를 안고 이번 대회에나섰던 프랑스는 덴마크, 세네갈 등 조별리그 상대팀들이 미드필드에서 펼친 끈질긴압박공세를 감당하지 못한 채 세계정상의 조직력과 개인기를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던 것. 또 미드필드 싸움을 회피한 채 수비에서 공격진으로 바로 이어지는 롱킥에 바탕한 단조로운 공격루트를 고집했던데다 선수들의 스피드가 떨어졌던 폴란드가 한국과포르투갈에게 연패하며 탈락한 것 또한 비슷한 사례다. 아직 조별리그도 마치지 않은 한일월드컵이지만 지난 90년 이탈리아대회때 세계축구의 대세로 떠올랐던 압박축구는 이번 대회를 통해 다시 한번 위세를 떨치며 체력과 스피드가 현대축구의 키워드임을 증명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