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월드컵 본선 처녀 출전국 세네갈과 승부를 가리지 못해 쓸쓸하게 귀국 보따리를 싼 우루과이는 바로 월드컵 원년 우승국. 1930년 제1회 월드컵을 유치, 독립 100주년을 우승으로 자축했던 우루과이는 1950년 브라질월드컵 때도 개최국 브라질을 결승에서 꺾고 두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전통의 축구 강국이다. 뿐만 아니라 24년과 28년 하계올림픽 축구에서 우승했고 14차례 남미선수권대회를 제패,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못지 않은 위세를 누려왔다. 하지만 이런 영화(榮華)도 옛말이 됐다.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덴마크에 0-1로 패퇴, 출발이 불안했던 우루과이는 세계 최강이라던 프랑스와 0-0으로 비겨 일말의 희망을 가졌지만 결국 세네갈 돌풍을 잠재우지 못하고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우루과이는 특히 지난 90년 이탈리아대회 이후 본선 무대를 밟아보지 못하다 천신만고 끝에 12년만에 월드컵 무대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던터라 아쉬움은 더 컸다. 하지만 축구는 과거의 명성과 영화에 기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루과이의 조별리그 탈락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우선 우루과이는 다리오 실바, 세바스티안 아브레우, 알바로 레코바 등 이른바'3인방'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 지역예선에서는 통했을지 모르지만 이들은 본선 무대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특히 지역예선에서 6골을 터뜨린 실바는 결정적인 골찬스에서도 반박자 느린 볼터치로 번번이 입맛만 다셨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3인방이 뽑은 골이라고는 세네갈과의 경기에서 레코바가 페널티킥으로 기록한 단 1골. 그나마 교체 멤버 호에 비세라가 만들어낸 페널티킥이었다. 빅토르 푸아 감독의 용병술도 도마에 올랐다. 내내 벤치에 앉혀뒀던 히카르도 모랄레스, 디에고 포를란이 세네갈과의 경기에서 2골을 잡아냈을 뿐 아니라 교체 멤버를 대거 투입한 후반에서 우루과이는 전혀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12년만에 겨우 본선에 다시 돌아왔지만 유럽 빅리그 중심의 세계 축구 조류와는다소 거리가 있는 우루과이 축구의 한계가 새삼 확인된 셈이다. 우루과이의 뒷 모습은 전통과 역사, 그리고 열정과 재능만으로 세계 일류가 될수 없다는 교훈과 다름 아니다. (수원=연합뉴스)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