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사커'가 끝내 무너졌다. 프랑스는 11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조별리그 A조 마지막 경기에서 부상중이었던 플레이메이커 지네딘 지단이 출장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으나 덴마크의 견고한 수비에 불운까지 겹치면서 0-2로 완패,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디펜딩 챔피언이 결승토너먼트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지난 50년 브라질 대회때의 이탈리아, 66년 영국 대회때의 브라질에 이어 36년만에 처음이다. 프랑스는 홈에서 열린 98년 대회에서 기술과 힘, 조직력, 전술의 조화를 예술적경지까지 승화시키는 새로운 개념의 플레이를 선보이며 우승, '아트 사커'라는 신조어까지 유행시켰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힘 한번 써보지 못했다. 1승은 커녕 3게임에서 단 골도 맛을 보지 못했다. 프랑스의 탈락은 '아트 사커 마에스트로' 지단의 부상이 결정적이었다. 세네갈과 개막전과 우루과이와의 2차전에서 프랑스 선수들의 플레이는 지휘자가 없는 교향악단처럼 엇박자의 연속이었으며 따라서 제대로 된 작품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지난달 26일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왼쪽 대퇴사두근 파열이라는 부상을 당한 후1,2차전에 결장했던 지단은 이날 경기에서 부상부위에 압박붕대를 감고 출장,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불꽃 투혼을 발휘했으나 이미 혼자의 힘으로 침몰하는 배를 곧추세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지단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프랑스가 조별리그조차 통과하지 못할 정도의팀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트리플 크라운' 달성이후 해이해진 프랑스팀의 정신력을탈락의 배경으로 지목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프랑스는 지난해 5월 브라질의 7년 아성을 무너뜨리고 국제축구연맹(FIFA)랭킹1위에 오르는 등 98대회이후 4년동안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었다. 프랑스에는 이탈리아 세리에A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인 다비드 트레제게와 티에리 앙리가 있었고 에마뉘엘 프티와 파트리크 비에라가 버티는 미드필더진도 세계 최강이었다. 또 마르셀 드사이, 릴리앙 튀랑의 노장이 버티는 수비진과 골키퍼 바르테즈 역시 흠잡을데 없는 선수들이었다. 문제는 기라성같은 호화군단의 프랑스 선수들이 98월드컵 우승과 유로2000(유럽축구선수권대회),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까지 휩쓸면서 자신도 모르게 자만심에 빠졌다는 것이다. 월드컵 직전에 열리는 몇차례의 평가전에서 '재앙'의 징후가 나타났으나 번번이무시했고 결국 개막전에서 세네갈에 일격을 당한 후에는 오히려 정신적 중압감으로경기를 쉽게 풀어나가지 못했다. 이와 함께 우승이 거듭되면서 우승을 당연시하고 이 때문에 결국 투철한 목표의식도 없어지는 심리적 요인도 부진의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66년 대회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브라질이 절치부심 끝에70년 서독대회에서 이탈리아를 4-1로 대파하면서 우승, 줄리메컵을 영구 보존했던것처럼 프랑스도 2006년 독일 대회에서 '아트 사커'의 부활과 함께 명예회복을 이룰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인천=연합뉴스) 특별취재단=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