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리그 2회전까지 마친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는 직접 프리킥 골이 기근 현상을 빚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회 사용구 `피버노바' 공개 때 홍보영상에서 데이비드 베컴이 연출했던, 자로 잰 듯 절묘한 감아차기 슈팅으로 그물을 때리는 장면을 기대했던 축구팬들로서는 다소 실망스런 측면이 없지 않다. 조별리그 2회전이 마무리된 10일까지 이번 대회에서 터진 골은 프랑스-세네갈 개막전 파프 부바 디오프의 결승골부터 한국-미국전 안정환의 천금같은 동점골까지 모두 81골. 이 가운데 프리킥 직접 슈팅에 의한 것은 4골에 지나지 않는다. 20골에 1골 꼴로 프리킥 골이 터져 수적으로는 `가뭄'이지만 질적으로는 멋진 골에 대한 축구팬들의 갈증을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브라질-중국전에서 호베르투 카를루스가 약 28m짜리 프리킥을 강력한 왼발 슛으로 그물에 꽂은 장면이나 파라과이의 아르세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첫 경기에서 약25m짜리 프리킥을 상대 골대 상단 모서리에 찔러넣은 장면은 통쾌함 그 자체였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골세례'를 퍼부을 때 독일 슈나이더가 터뜨린 약 20m짜리 프리킥 골이나 튀니지-벨기에전에서 튀니지의 16강행 희망의 `불씨'를 살린 부제뉴의 프리킥 감아차기 골도 멋진 장면으로 꼽힌다. 프리킥 직접 슈팅에서 가장 아쉬웠던 장면은 `이 빠진 호랑이' 프랑스의 프티가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아크 오른쪽에서 감아차기로 날린 슈팅이 골포스트에 튕겨 나간 것. 이처럼 이번 대회에서 프리킥 직접 슈팅에 의한 골이 예상 밖으로 드문 것은 선수들이 아직까지 피버노바를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은 데다 각 팀 수문장의 판단력, 순발력 등 기량이 향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대회 1호 해트트릭 주인공이자 득점랭킹 선두를 달리고 있는 클로세(독일)가 4골을 모두 헤딩으로 엮어낸 것을 비롯해 헤딩 슛에 의해 기록된 골은 17골로 집계됐다. 또 페널티킥 골은 10골, 자책골은 3골이며 한국의 이을용은 미국전에서 이번 대회 처음으로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서울=연합뉴스)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