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 있던 이을용이 천국으로 돌아가기까지에는 정확히 52분이 걸렸다. 0-1로 뒤지던 전반 40분 한국은 황선홍이 페널티지역에서 파울을 얻어 동점을 만들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이천수가 페널티킥을 차려고 볼을 갖다 놓았지만 벤치의 사인은 평소 정확한 왼발킥을 보유하고 있는 이을용에게 떨어졌다. 골문을 응시하던 이을용은 왼발로 상대 골문 상단을 노렸지만 볼의 방향을 정확히 알아차리고 몸을 날린 골키퍼 브래드 프리덜에게 막혔다. 이후 전반이 끝나고 15분간의 하프타임에 이어 후반 32분 프리킥 기회를 얻을때까지 이을용은 차마 고개를 들수 없는, 가시밭길을 걷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미드필드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에서 이을용은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기회를 다시 놓치지는 않았다. 왼발로 감아찬 볼은 휘어들어가며 문전을 쇄도하던 안정환의 머리를 향했고 방향만 바꿔 놓은 볼은 상대 골네트를 흔들었다. 지난 4일 폴란드와의 1차전에 이은 두번째 어시스트. 명예를 회복한 이을용은 기세가 살아나 왼쪽 진영을 누비고 다녔고 경기 종료직전 왼쪽 엔드라인에서 상대 수비수를 절묘하게 따돌리고 최용수에게 연결, 역전골을 어시스트 하는 듯 했지만 볼은 크로스바를 넘겼다. 아쉬움이 많았던 무승부였지만 이을용에게는 천당과 지옥을 오간 힘겨운 한판이었다. (대구=연합뉴스)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