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1-1이었지만 한국으로서는 너무나 아쉬운 경기였다. 10일 대구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진 2002월드컵 예선D조 2차전에서 한국은 파상적인 공격을 펼치며 90분 내내 미국을 압도했지만 수없이 많은 찬스를 살리지 못한 채 미국과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국은 전반 5분 황선홍이 미국진영 오른편에서 문전쪽으로 살짝 날려준 공을 쇄도하던 설기현이 왼발로 논스톱슛을 날렸지만 공은 아쉽게도 골대위로 벗어나고 말았다. 전반 18분 기회는 다시 찾아왔다. 센터서클 부근에서 유상철이 한번에 설기현쪽으로 찔러준 볼을 설기현이 돌아서며 왼발슛을 날렸지만 이번에도 공은 장신(192㎝) 프리델의 발에 걸리고 말았다. 한템포 빠른 슛타이밍이 아쉬운 대목이었다. 한국은 그러나 22분 예기치 못한 악재를 만났다. 최전방 공격수 황선홍이 미국 수비수 프랭키 헤지덕과 공중볼을 다투다 눈자위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한 것. 황선홍이 부상치료를 위해 잠시 그라운드 밖으로 나간 사이에 선제골을 내주고 말았다. 24분 존 오브라이언이 한국의 수비수 2명 위로 찔러준 볼을 달려들던 스트라이커 클린트 매시스가 원바운드 뒤 그대로 강슛,한국의 골네트를 갈랐다. 1실점 뒤에도 줄기차게 미국 문전을 노크하던 한국은 41분 페널티지역내에서 제프 어구스가 황선홍을 넘어뜨리는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한국팀은 그러나 키커로 나선 이을용의 슛이 미국GK 프리델의 손에 걸리면서 절호의 동점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고대하던 한국의 동점골은 '특급 조커' 안정환의 머리에서 터져 나왔다. 후반 10분 황선홍과 교체 투입돼 그라운드에 나선 안정환은 32분 이을용이 문전앞으로 띄어준 볼을 미국수비수 아구스를 앞에 둔채 돌고래처럼 솟아오르며 백헤딩슛,대구구장을 꽉메운 6만여 붉은악마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한국은 후반 44분 이을용이 골대바로 옆에서 달려들던 최용수 앞으로 결정적인 슛찬스를 제공했지만 공은 골대위로 벗어나며 역전찬스를 날리고 말았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