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겼지만 잘 싸웠다.' '포르투갈전에서 이기면 16강 가능하다.' 4천8백만 모두가 아쉬워한 한판이었다. 우리 대표팀이 10일 미국팀을 맞아 선전을 벌였지만 아깝게 비기자 한반도가 안타까움의 탄성을 토해냈다. 이날 대구는 물론 서울 부산 광주 대전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열띤 응원전을 펼쳤던 시민들은 그러나 남은 포르투갈전을 승리로 이끈다면 우리 대표팀의 16강 진출이 가능하다며 포르투갈전에 희망을 걸었다. …폭우속에서 서울 시청앞 광장 등 전국 곳곳의 응원단과 시민들은 시종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도 무승부로 끝나자 아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회사원 김대신씨(33.여)는 "아쉽지만 열심히 싸워준 선수들 모두가 자랑스럽다"면서 "우리 선수들이 짓궂은 날씨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 안타깝지만 투혼이 살아있는 경기를 펼쳐 너무 대견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대구 국채보상기념공원과 대구전시컨벤션센터는 붉은 색 응원복을 차려 입은 2만여명의 인파가 일찌감치 모여 북과 꽹과리를 치며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등 열띤 응원전을 벌였다. 대구전시컨벤션센터의 강충 이사는 "응원단들이 경기가 끝난 후 신문지 등 쓰레기를 한곳에 치우고 질서 정연하게 현장을 빠져 나가는 모습에서 한국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광주시내 곳곳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앞에서 열띤 응원을 벌였던 시민 학생들은 한국이 미국과 접전끝에 비기자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가족과 함께 염주체육관에서 우리 팀을 응원했던 회사원 김성윤씨(42)는 "월드컵 첫승에 이어 포르투갈을 이긴 미국팀을 상대로 선전한 것은 우리 대표팀의 경기력이 그만큼 향상된 것으로 향후 포르투갈전에도 틀림없이 좋은 경기를 보여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대표팀에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시험기간 중임에도 불구하고 정심화홀에서 열렬히 응원했던 3천여명의 충남대 학생 및 교직원들은 경기 2시간전부터 홀을 꽉 메운채 붉은악마의 지휘아래 일사분란한 응원전을 펼치던 이들은 포르투갈전에는 반드시 이길 것이라며 텅 비워두었던 도서관으로 일제히 발길을 옮겼다. …인천시 남구소재 문학 야구경기장에는 무려 1만5천명의 시민들이 세차게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목이 터져라 한국을 응원했다. 한국팀 선수들이 몸이 무거워 보이며 경기를 잘 풀어나가지 못하고 황선홍 선수의 부상에 이어 기습 선제골을 먹자 여기저기서 탄식의 소리가 새어 나오기도 했다. 후반전 심기일전한 응원단은 뒤늦게 동점골이 터지자 경기장이 떠나갈 듯 응원가를 부르며 "역전, 역전"을 외치며 막판 뒤집기를 열렬히 기원했다. …대형 전광판이 설치돼 있는 울산 문수구장 호반광장 월드컵플라자와 울산대공원 월드빌리지에는 한국대표팀의 선전을 응원했던 1만여 관람객들이 "포르투갈전에서는 반드시 이겨 16강에 진출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이 참에 포르투갈-폴란드전이 무승부가 돼 한국의 16강 진출이 보다 유리하도록 계속 응원하자"며 시종일관 자리를 뜨지 못했다. …가족과 함께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 월드컵 경기를 관람한 신용환씨(42.사업.남구 대연동)는 "비록 비겨 섭섭하지만 아직 기회가 있다"고 위안하면서 한국팀의 실력향상이 눈에 띄는 만큼 포르투갈전에는 한국이 2-1로 반드시 승리하는 쪽으로 내기를 걸겠다"고 말했다. 백창현.김태현.김희영.하인식.최성국.신경원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