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은 미국전 전반 24분께 통한의 한골을 내준뒤 1-0 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역전할 수 있다"며 응원을 아끼지 않아 '12번째 선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일부 시민들은 이을용 선수가 페널티킥을 실축하자, 아쉬운 탄성과 함께 눈물까지 흘리기도 했으나 부상을 당하고도 시종일관 열심히 뛰며 투혼을 발휘하는 선수들에게 꾸준히 줄기찬 응원전을 펼쳤다. 0...월드컵 공원 평화의 공원에 모인 5만여명은 미국팀에게 한 골을 내준 데 이어 페널티킥마저 실축하자 허탈해 했지만,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도 `괜찮다' `할수 있다'는 등의 구호와 함께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전반전 미국팀이 한 골을 넣자 응원단원들은 "괜찮아" "괜찮아"를 외치며 선수들의 사기를 진작시켰다. 이어 미국팀이 반칙을 했을 때는 야유가 이어졌고 이을용 선수가 동점 골을 얻을 수 있었던 페널킥에서 실축을 했을 때는 평화의 공원 주변은 30여초동안 무거운 침묵만이 흘러 비통한 분위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붉은 악마'들은 경기 시작전부터 내리던 폭우가 전반종료 무렵 그치자"후반에는 우리가 선전할 것"이라며 뜨거운 신뢰와 지지를 버리지 않았다. 특히 전반 22분 황선홍 선수가 오른쪽 눈가에 부상당하고, 머리에 붕대를 감고 그라운드에 다시 섰을 때는 '붕대투혼'에 "황선홍" "황선홍"을 연호했다. 0...터질 듯 터질 듯하던 한국팀의 만회골이 후반 33분께 안정환 선수의 멋진 헤딩슛으로 미국팀의 골네트를 가르자 '붉은 악마'와 시민들이 운집한 거리와 광장은 한 순간에 환호와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잠실야구장 관중석에 있던 일부 관중들은 한 골을 만회하는 순간 야구장안으로 들어가 물구나무서기를 하거나, 태극기 들고 뛰어다니는 등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동화면세점앞 전광판앞에서 열렬히 응원전을 펼치던 20대 초반의 여대생은 너무 기뻐 환호를 지르다 실신, 119 구조대에 실려가기도 했다. 회사원 권중호(32)씨는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경기였는데 무승부로 끝나 너무나 아쉽다. 오늘따라 비가 굉장히 차가워서 떨면서 봤다. 다음 상대인 포르트갈은 체력이 약하기 때문에 우리가 충분히 이길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정고 1학년 나영수(16)군은 "쇼트트랙을 연상시키는 안정환 선수의 골 세리모니가 너무 시원하고 멋졌다. 충분히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를 여러 번 놓쳐 너무나아쉽다"고 말했다. 0...서울 시내 10여곳에 마련된 전광판 중계 응원장에는 이날 수십만의 시민들이 몰려 들었지만, 경기 종료후 1시간만에 질서정연하게 아무런 소동없이 해산해 지난 4일 폴란드전에 이어 성숙한 응원문화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시청앞, 광화문앞에 20만명이 넘게 모여 '붉은 물결'을 이뤘던 인파는 경기가 끝난 뒤 아쉬움속에서 '대∼한민국' 구호를 외쳤으나 삼삼오오 짝을 지어 차례대로 해산하기 시작했다. 해산과정에서도 일체의 소동, 소란이 없었고, '붉은 악마'와 시민들은 응원하다가 뿌린 꽃가루와 흩어진 쓰레기, 신문지들을 미리 준비해온 비닐봉지에 담아가는 등 말끔하게 뒷마무리를 했다. 월드컵공원에 나온 주부 김선희(37.여)씨는 "한국팀을 응원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나오면서 쓰레기 봉투도 함께 준비해 왔다"며 "우리 가족만 그런 줄 알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쓰레기 봉투나 비닐에 버려진 쓰레기를 모두 담아가는 모습을 보니 월드컵에서 승리한 것 만큼이나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0...한국팀을 응원하려고 모인 6만여명이 모인 상암동 평화의 공원에는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우산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시민들이 비옷을 대거 사려고 몰려 비옷장수들이 때아닌 특수를 누렸다. 우산 장수인 오태규(42)씨는 "오늘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따라 우산 1천여개를 준비했는데 비가 오기 시작한 오후 2시부터 1시간 30여분 동안에 가지고 온 것을 다 팔았다"며 "우산을 내놓으라고 아우성이었지만 모두 동이 났다"고 말했다. 0...경기가 진행중인 시간에는 태평로, 세종로 등 광화문 일대를 오가는 버스와 택시 등에는 손님이 아무도 없어 한미전에 대한 관심을 실감케 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