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리그 D조 2차전 미국과의 경기는 한국축구가 '골결정력 부재'의 고질적인 병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느끼게 한 아쉬운 한 판이었다. 골키퍼와 1대 1 찬스를 수 차례 만들었으나 상대 골키퍼의 정면으로 보내거나 골문을 터무니없이 벗어나는 일이 잇따라 관중들의 아쉬운 탄성을 자아냈다. 이날 한국이 안정환의 헤딩슛으로 동점을 만들면서 경기를 마무리해 고질적인 문제점이 조금은 희석됐지만 최전방 공격수들이 잡은 결정적인 기회가 여러 차례 무위로 돌아간 것은 지적받아 마땅하다. 설기현은 전반 6분 골키퍼와 1대 1로 맞서는 찬스를 잡았지만 골문을 크게 벗어났고 19분에 다시 맞은 기회에서도 위력이 떨어지는 왼발슛은 골키퍼 프리덜의 다리에 여지없이 걸렸으며 후반 25분 최용수가 골키퍼와 1대 1로 맞섰지만 역시 골키퍼의 다리에 맞고 코너킥을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또 종료 직전인 후반 45분에는 이을용이 엔드라인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만든 뒤 중앙으로 밀어넣었으나 최용수의 왼발슛이 어이없이 크로스바를 넘고 말았다. 비단 이 뿐만 아니어서 히딩크 감독이 경기후 인터뷰에서 결정적인 기회로 꼽은 것만 5-6차례였다. 태극전사들은 히딩크 감독의 지휘아래 골결정력을 높이기 위한 훈련을 거듭했고 스코틀랜드전 4-1, 잉글랜드전 1-1, 프랑스전 2-3, 폴란드전 2-0 등 최근 열린 경기에서는 평균 2골 이상을 기록해 `더이상 골결정력 문제는 없다'고 여겨졌었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은 지나치게 승리를 집착한 탓인지 결정적인 찬스를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서 쉽게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무승부로 끝냈다. (대구=연합뉴스)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