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악전고투 끝에 1-1로 비긴 10일 미국전에 대해 축구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비기고 만 것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시종 한국이 경기 주도권을 잡았음에도 상대 역습에 말려 선취골을 내주고 결정적인 동점골 찬스였던 페널티킥을 놓치면서 안정감이 무너져 고전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특히 설기현과 최용수가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번번이 무산시킴으로써 한국으로선 어려운 경기가 되었다고 진단하면서 16강 진출을 위해 남은 포르투갈전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창선 경희대 감독 = 오늘 경기는 미드필드 싸움이었다. 우리 선수들이 초반에는 미드필드에서 밀리지 않았고, 황선홍이 머리를 다치기 전까지는 공격진과 미드필더진의 호흡이 잘 맞았다. 초반에 여러 차례 찬스가 있었는데 그 때 한 골을 넣었다면 완전히 압도할 수 있는 경기였다. 그러나 초반 찬스를 놓치고 나자 전반 20분부터 미드필드에서 상대 전략에 말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플레이메이커인 레이나와 공격진의 매시스, 맥브라이드, 도노반은 경기 컨트롤을 잘 하면서 때로는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역습을 위협하는 등 지능적인 플레이를 했다. 황선홍이 부상으로 나가는 바람에 설기현, 박지성으로 이어지는 공격진의 균형이 깨졌다. 설기현은 체력적으로 끝까지 잘 버텨줬으나 전반적으로 매끄럽지 못한 플레이를 했다. 또 김남일, 이을용이 상대방 전략에 다소 말려든 느낌이 있다. 첫 골을 내준 것도 매시스를 놓쳤기 때문이다. 다행히 후반에 제공권으로 승부를 건 히딩크 감독의 전략은 주효했다. 미드필드에서 잘 안풀리니까 헤딩으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남은 포르투갈 전에서는 최소한 비겨야 하는데 무승부를 의도적으로 한다는 게가장 어려운 일이다. 피구, 코스타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로 우리 미드필더들이 얼마나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지가 관건이다. ▲김종환 축구협회 기술위원 = 초반에는 우리가 미드필드를 장악하면서 경기 주도권을 쥐었으나 선취골을 내준 뒤 경기내용이 좋지 않았다. 선취골을 허용한 것은 김남일이 순간적으로 상대 공격수를 놓쳤기 때문이다. 황선홍은 나무랄 데 없이 경기운영을 했다고 판단되나 설기현은 컨디션이 안좋았고 또 박지성이 부상으로 교체된 것도 우리 공격 흐름을 깨뜨리고 말았다. 후반전에는 공격은 많이 시도했으나 미드필드에서 침투패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후반 초반에 설기현이 득점 찬스를 놓친 게 아쉽다. 다만 황선홍과 교체된안정환이 조커로 활약하며 동점골까지 뽑은 것은 고무적이다. 더구나 동점골이 세트플레이에서 나왔다. 전체적으로 보아 우리가 경기를 주도했으나 찔러주는 패스가 잘 먹혀들지 않아 고전했다. 포르투갈전은 쉽게 예상하지 못하겠으나 이러다가 16강 진출이 무산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윤덕여 축구협회 기술위원 = 너무나 아쉬운 경기였다. 우리가 스피디한 상대 공격에 당황하다가 실점을 하고 말았다. 거기에 대해 우리가 충분히 준비를 해왔을 터인데 2선에서 침투하는 미국 역습에 우리 수비 위치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로서는 설기현이나 최용수가 4번 정도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는데 득점하지 못한 게 아쉽다. 최소한 비겨서 그나마 다행이다. 포르투갈은 우리가 넘지 못할 벽이 아니다.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김정남 울산 감독 = 우리가 초반부터 침착하게 잘했고, 시작 5분만에 설기현이 결정적인 찬스를골로 연결시키지 못한 게 아쉽다. 그래도 우리 팀이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반면 미국은 수비에 치중하며 역습 노렸는데 이런 전법으로 선취골을 넣었다는 것은 미국의 작전이 주효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전반전에 얻은 페널티킥을 넣어 1-1이 되었으면 후반전에 사기가 올라갔을 터이고 승기까지 잡았을 것인데 실패하면서 우리 선수들이 심적으로 사기가 떨어진 것 같다. 후반전에 투입된 안정환이 동점골을 넣으면서 경기는 한국 쪽에 유리하게 흘렀다. 최용수가 마지막 찬스를 놓친 것이 아쉽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준 우리 선수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 주고 싶다. 오늘보다 나은 경기를 한다면 포르투갈도 이길 수 있으리라고 본다. (대구=연합뉴스)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