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함께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를 개최한 일본의 월드컵 첫승은 꾸준한 투자의 결실이었다. 지난 98년 프랑스대회에서 처음 본선 무대를 밟은지 4년만에 일궈낸 일본의 월드컵 첫승은 지난 54년 스위스대회에서 월드컵에 데뷔한 이후 48년만에 첫승을 올린 한국의 기록과 비교한다면 놀랄 정도로 짧은 시간이다. 물론 월드컵 본선 무대에 처음으로 도전했던 54년 스위스대회 지역예선부터 시작하면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지만 본선 진출 한번의 경험으로 5경기만에 1승을 얻은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1921년 축구협회를 창립해 1929년 국제축구연맹(FIFA)에 가입한 일본은 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 축구 동메달을 딸 정도로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월드컵지역예선에서 번번이 한국과 중동세에 밀려 본선이 좌절되자 93년 J-리그를 출범시키며 남미와 유럽에서 지코(브라질) 등 세계적인 지도자와 선수들을 대거 영입, 축구 붐 조성에 나섰다. 외국인으로는 처음 일본 축구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마리우스 한스 오프트(네덜란드)와 현재 지휘봉을 잡고 있는 필리프 트루시에(프랑스) 감독도 이같은 배경에서 영입된 인물들이다. 또 국내 지도자들은 선진기술 연구에 정열을 쏟았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유소년선수들을 남미와 유럽 등으로 축구 유학을 보내 충실한 기본기를 쌓게 했으며 메이저무대에서도 인정받는 나카타 히데토시(파르마) 같은 스타들을 키워냈다. 과감한 투자와 철저한 기본기 연마에 힘입어 일본축구는 마침내 탈(脫)아시아에 성공했다. 98년 프랑스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더니 2000년에는 아시안컵에서 우승했고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는 결승까지 올라 비록 프랑스에 0-1로 아쉽게 패하기는 했지만 준우승을 차지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에 이어 월드컵 첫승을 신고하며 16강 진출에 청신호를 밝혀 변함없는 꾸준한 투자의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요코하마=연합뉴스)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