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에 쉽게 이길 것으로 예상됐던 이탈리아가 1-2로 역전패한 8일 경기를 지켜보던 로마 시민은 "어째 이런 일이..."라며 망연자실했다고 교도(共同)통신이 로마발로 전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로마 시내는 자동차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산했고 이따금 순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릴 뿐, 온통 이탈리아의 2연승 장면을 지켜보기 위해 TV 앞을 떠나지 않았던 이탈리아인들은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시내 중심에 있는 파르네제광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지켜본 30대 남성은 "심판 때문에 이탈리아가 졌다. 3-2로 이길 수 있었던 경기였다"며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탈리아가 후반전에 선제골을 넣자 라디오로 경기 실황을 청취하던 편의점 점원들은 결국 참지 못하고 이웃 전자제품 가게로 뛰어들어가 TV앞에서 꼼짝 않는 바람에 슈퍼마켓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돼버렸다. 그러나 18분 뒤인 후반 28분 크로아티아가 동점골을 넣고 3분 뒤 다시 역전골을 성공시키자 TV앞 분위기는 갑자기 썰렁해졌다. 결국 이탈리아의 패배로 경기가 끝나자 이를 지켜보던 크리스티나(주부. 50)씨는 비명을 지르더니 "우리 선수들이 이대로 짐을 싸야 되는 건가요?"라며 어두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한편 외신들은 이탈리아의 `빗장수비가 무너졌다'며 이번 월드컵 본선에서 벌어진 이변을 긴급 타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크로아티아가 이탈리아 혼내주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면서 빗장수비로 정평이 난 '아주리군단'이 흐리멍텅한 플레이를 펼쳐 이변을 자초했다고 꼬집었다. 이 방송은 또 크로아티아는 1골을 먼저 잃었으나 상대 팀의 수비가 명성에 걸맞지않게 흐트러지는 것을 절묘하게 이용, 허를 찔렀다고 전했다. 프랑스 AFP 통신도 `미르코 요지치 크로아티아 감독의 전술 변화가 크게 보상받았다'라는 제하에 98년 프랑스대회 득점랭킹 1위 다보르 슈케르 대신 알렌 복시치를 선발 출장시킨 것이 결정적인 승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복시치와 라파이치가 최전방에서 지그재그로 움직인 것이 세계 최고라던 이탈리아의 수비를 무너뜨렸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