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우승후보 이탈리아가 선심의 서슬퍼런 칼날 판정에 눈물을 흘렸다. 8일 가시마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G조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1-2로 역전패한 이탈리아는 후반 2차례나 득점에 성공하는가 했으나 이날 제1 선심을 맡은 샤프 필립의 정확하고 소신있는 판정으로 모두 무효 처리됐다. 이름처럼 '샤프(sharp:날카로운)'한 판정인 셈. 첫번째 무효골은 0-0이던 후반 5분에 선언됐다. 크리스티안 비에리가 골 지역에서 패스를 받아 그물을 출렁인 뒤 동료들과 환호할 무렵 필립 선심은 단호한 표정으로 오프사이드 깃발을 들고 있었다. 화가 난 비에리는 필립 선심에게 달려가 격렬하게 항의해봤지만 곧바로 옐로카드를 받아 '혹 때러 갔다 혹을 붙이고' 말았다. 비에리는 경기 후 "심판의 판정은 이해하기 힘들었고 우리 팀은 불운했다"라고 말했다. 두번째로 이탈리아의 골이 무효 선언된 것은 이탈리아가 1-2로 뒤져 패색이 짙었던 인저리타임에서였다. 왼쪽 측면에서 골지역으로 휘어져 들어오는 패스를 필리포 인차기가 받아 골키퍼 뒤로 밀어넣었으나 이때 인차기가 크로아티아 수비수를 잡아끌었던 것을 발견한 선심은 이번에도 가차없이 '노골'을 선언했다. 만약 둘 중 하나라도 골로 인정됐더라면 이탈리아는 최소한 비길 수 있었던 반면 크로아티아는 또 하나의 판정 피해자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필립 선심의 소신판정은 칭찬받을만 했다. 이탈리아 선수들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4-5명이 우루루 몰려가 선심에게 다시 한번 항의를 해봤지만 이미 '열차는 떠난 뒤'였고 강호답지 않은 모습으로 오히려 스타일만 구기고 말았다. (이바라키=연합뉴스)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