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의 예기치 못한 이변이 일어났다. 당초 우승 후보로 지목됐던 프랑스 포르투갈 등이 초반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유력한 우승후보중 하나인 이탈리아마저 '발칸의 복병' 크로아티아에 일격을 맞고 침몰했다. 8일 일본 이바라키에서 벌어진 2002월드컵 예선G조 경기에서 크로아티아는 후반 28분과 31분 잇따라 연속골을 성공시키며 강호 이탈리아를 2-1로 물리쳤다. 크로아티아가 이날 이탈리아를 격파함에 따라 크로아티아와 이탈리아는 똑같이 1승1패(승점3)를 기록,G조의 16강진출 판도는 한치 앞도 바라볼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경기 전 멕시코와의 예선 1차전 경기에서 1-0으로 무기력하게 무너진 크로아티아의 승리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크로아티아는 경기휘슬이 울리면서부터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를 숨쉴 틈 없이 몰아붙이며 일찌감치 이 날의 파란을 예고했다. 크로아티아 선수들의 몸놀림은 민첩하고 투지가 넘쳤다. 쉴새 없이 몰아치는 크로아티아의 파상공세에 세계최강을 자랑하는 이탈리아의 빗장수비는 공을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후반 들어 전열을 가다듬은 이탈리아는 먼저 선제골을 뽑아 냈다. 후반 10분 크리스티아노 도니가 오른편에서 올려준 공을 크로아티아 수비수 뒤에 있던 크리스티안 비에리가 돌고래처럼 솟구치며 헤딩슛,크로아티아의 골네트를 갈랐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대역전극의 서막에 불과했다. 패하면 탈락이라는 각오로 나선 크로아티아는 후반 28분 기어코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탈리아 왼쪽을 파고들던 로베르트 야르니가 문전으로 날려준 공을 달려들던 이비차 올리치가 그대로 오른발슛,1-1동점을 만들었다. 기세가 오른 크로아티아는 3분 뒤 곧바로 결승점을 뿜어 냈다. 니코 코바치가 이탈리아 문전으로 패스한 공을 밀란 라파이치가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그림같은 논스톱 왼발슛을 날렸다. 라파이치의 발끝을 떠난 공은 이탈리아 GK 부폰이 손쓸 틈도 없이 골라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순식간에 2골을 허용한 이탈리아는 총반격에 나섰으나 끝내 전세를 바꾸지는 못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