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볼 배급로 레이나를 차단하라.' 오는 10일 한일월드컵축구대회 16강 진출의 길목에서 맞닥뜨리는 미국과의 조별리그 2차전을 앞두고 김남일(25.전남)에게 클로디오 레이나(29.선더랜드)의 발을 묶으라는 특명이 부여됐다. 폴란드와 포르투갈을 꺾고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과 미국의 강점은 무엇보다 견고한 조직력을 갖춘 미드필드라인이고 양팀 미드필드의 핵심에 김남일과 레이나가 있고 이들간의 대결에서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허벅지를 다쳐 지난 5일 포르투갈전에 결장했던 레이나가 부상에서 거의 완쾌된 가운데 한국전에서 풀타임 소화를 자신하고 있어 둘의 정면승부는 이제 기정사실이된 상황. 한국팀 부동의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미국의 플레이메이커 레이나를 상대하게 된 김남일은 폴란드전에서 상대 공격형 미드필더 피오르트 스비에르체프스키를 완벽하게 차단하면서 보여 준 절정의 기량을 바탕으로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김남일은 좀처럼 지치지 않는 체력, 패스가 투입되는 길목을 지키는 시야, 자신보다 큰 상대와의 경합에서도 지지 않는 헤딩력, 거스 히딩크 감독을 매료시킨 투지를 앞세워 `진공청소기'라는 별명까지 얻는 등 최근 기세가 무섭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거' 레이나는 김남일에게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29살의 나이에 두차례 올림픽(92,96년)과 두 차례 월드컵(94,98)을 경험하며 A매치를 88차례나 치른 레이나는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넓은 시야와 지능적인 플레이, 좀처럼 볼을 뺏기지 않는 개인기 등에서 두루 뛰어나다. 북중미카리브지역 최종예선때 미국은 레이나가 빠진 경기에서 1승1무3패를 기록했고 레이나가 뛴 경기에서는 4승1무를 거뒀던 것을 봐도 팀에서 차지하는 그의 무게는 충분히 증명된다. 레이나가 좌우로 정확히 찔러주는 공간패스는 존 오브라이언, 다마커스 비즐리, 어니 스튜어트 등 미국팀 측면 요원들의 발아래 떨어져 위협적인 센터링으로 연결되고, 그의 존재로 중심을 잡은 나머지 미드필더들은 기계적으로 제 임무를 수행하게된다. 힘과 패기를 앞세운 김남일과 경험과 기술을 갖춘 레이나가 폭염의 도시 대구의 태양 아래 펼칠 `중원의 혈투'에 축구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주=연합뉴스)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