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전은 예상대로 '그라운드의 전쟁'이었다. 이번 월드컵 예선리그 최대의 '빅카드'답게 양팀은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7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양팀의 경기는 '라이벌전은 골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확인이라도 시키듯 한 골로 승부가 결정났다. 전반 23분. 잉글랜드의 '골든보이' 마이클 오언이 수비수 3명을 제치며 날린 벼락 같은 오른발 강슛이 왼쪽 골대를 맞고 퉁겨나왔다. 일격을 당한 아르헨티나는 바로 '득점머신' 가브리엘 바티스투타가 간담을 서늘케 하는 헤딩슛으로 응수했다. 내로라하는 세계 최고 스타들의 화려한 플레이는 경기의 승패를 떠나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축구의 묘미를 마음껏 누리게 했다. 수비수 사이나 수비수 머리를 넘겨 공을 빼내는 지능적인 패스와 단 한 번의 패스로 득점 찬스를 만들어내는 위협적인 공격, 골문을 향해 정확히 파고드는 발리슛 등은 혀를 내두르게 했다. 첫 골이자 결승골은 전반 44분 페널티킥으로 만들어졌다. 아르헨티나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가 문전으로 쇄도하던 오언의 발을 걸고 넘어지자 바로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데이비드 베컴은 골키퍼를 향해 과감한 정면 강슛을 날려 골로 연결시켰다. 후반 초반은 잉글랜드의 우세였다. 오언은 빠른 발을 이용, 아르헨티나 문전을 여러차례 붕괴시켰고 베컴은 수비진을 뚫고 골대를 맞히는 폭격을 가했다. 아르헨티나는 반격의 고삐를 바짝 죄었으나 탄탄한 잉글랜드 수비진에 번번이 차단당했다. '죽음의 조'에 함께 편성된 스웨덴은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헨리크 라르손의 연속골로 2-1로 역전승했다. 나이지리아는 조지프 요보가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감아차 띄운 볼을 줄리어스 아가호와가 문전 쇄도하며 헤딩슛,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전반 35분 프레드리크 융베리가 오프사이드 수비벽을 허무는 기습 패스를 찔러주자 이를 받은 라르손이 수비수 3명을 뚫고 골지역 정면에서 오른발 끝으로 가볍게 슛,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에는 라르손이 페널티킥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F조의 판세는 나이지리아만 2패로 예선 탈락이 확정됐을 뿐 나머지 3개국은 최종전에서나 16강 진출국이 결정될 전망이다. 스웨덴 1승1무(승점 4), 잉글랜드 1승1무(승점 4), 아르헨티나는 1승1패(승점 3)로 현재로서는 누가 탈락할지 아무도 점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