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그 승부에 그 심판이었다. 7일 밤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축구전쟁'이 벌어진 삿포로돔. 머리카락 하나 없는 빡빡머리에 면도날로 밀어버린 듯한 눈썹, 움푹 파진 토끼눈을 한 피엘루이지 콜리나 주심(42.이탈리아)이 외계인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카리스마를 풍기며 그라운드에 나타나자 관중석은 또 한번 술렁였다. 이윽고 전쟁을 알리는 총성이 울리고 예고된 육박전이 삿포로의 밤을 수놓았지만, 경기는 전,후반 90분동안 물 흐르듯 순조롭게 진행됐다. 과격한 몸싸움에 옐로카드가 주어지고 페널티킥까지 선언된 와중에서도 선수 어느 누구도 주심의 판정에 토를 달지 않았다. 때로는 가혹하게 느껴질 정도로 콜리나의 판정은 거침이 없었다. 그의 진가가 발휘된 것은 아르헨티나에 페널티킥 반칙을 준 전반 44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가운데로 방향을 튼 잉글랜드의 마이클 오언이 마우리시오포체티노의 발에 걸려 넘어지자, 뒤쪽 아크 부근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콜리나는 즉각 휘슬을 불었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불만을 표출하려다 주심이 소리없이 정확한 위치에 서있는것을 보고는 미련 없이 어필을 포기했다. 그를 경기 주심으로 기용한 국제축구연맹(FIFA)의 작전이 맞아떨어진 순간이었다. 아르헨티나-잉글랜드전은 86년 마라도나의 `신의 손' 사건, 98년 데이비드 베컴의 퇴장 소동 등 때마다 판정 시비로 얼룩졌지만 그러나 이번 만큼은 그 징크스가콜리나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경기 전 "세계적 관심이 집중된 경기에 주심을 맡게 돼 영광"이라고 했던 콜리나 심판은 "축구에 특별한 경기란 없다"면서 "심판은 원칙대로 규정을 적용하고 실행하면 그만"이라는 평소 소신을 밝혔다. FIFA `올해의 심판'에 4번이나 뽑히고 유로 2000에선 최우수 심판에 선정됐던그는 그라운드 밖에서는 마케팅 전문가로서 사업에도 남다른 수완을 갖고 있는 잘나가는 `큰 손'이기도 하다. (삿포로=연합뉴스)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