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라베르트는 지난 4일 파라과이 훈련캠프가 마련된 부산에서 스페인을 향해 다음과 같은 독설을 내뱉었다. "(유럽지역) 예선에서 스페인은 이스라엘이나 리히텐슈타인과 같은 (약한) 팀만이기고 올라왔다. 우리를 절대 이기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이 허장성세로드러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사흘에 불과했다. 남미지역예선 브라질전에서 저지른 불미스런 행동으로 3게임 출장금지 처분을받은 칠라베르트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2002한일월드컵 첫 경기를 건너 뛰고 7일스페인전에 출격했다. 스페인이 결코 파라과이를 꺾지 못할 것이라는 '장담'은 여전히 유효한 채 선발출장, 전후반 90분을 모두 소화했다. 하지만 결과는 1-3 참패였다. 주심의 경기시작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는 전주월드컵경기장은 그만을 위한 무대인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경기시작 1시간여 전인 오후 4시47분쯤 그라운드에 어슬렁거리며 모습을 드러낸 그는 경기장을 돌면서 관중들을 향해 박수와 환호를 유도했으며 관중들은 열렬한 환호로 답했다. 칠라베르트의 '튀는 행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경기시작 직전에도 칠라베르트는 본부석 왼쪽 골대 뒤쪽 자리를 꽉 채운 관중들을 향해 다시금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박수를 치며 '골넣는 골키퍼' 명성에 걸맞은 '대접'을 요구했다. 이번에도 관중은 칠라베르트를 외면하지 않았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칠라베르트를 외면했다. 전반 10분 스페인 수비수의 자책골로 팀이 1-0으로 리드한 전반전 45분 내내 칠라베르트는 기세등등했다. 그러나 그의 '오만'은 후반 시작 7분만에 터진 페르난도모리엔테스의 헤딩 골을 손도 써보지 못하고 멍하지 선 채 내주면서 무참히 깨지기시작했다. 이어 후반 24분에도 역시 모리엔테스에게 역전골을 허용했으며 후반 37분에는스페인의 페르난도 이에로에게 페널티킥까지 내주고 말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칠라베르트는 1-2로 역전당한 33분 상대 문전 페널티지역바깥 오른쪽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를 특유의 날카로운 왼발 슛을 날렸으나 스페인골키퍼 이케르 카시아스의 선방에 막혀 A매치 9번째 골 만들기에도 실패했다. 환호와 박수 소리에 들어선 그는 종료 휘슬이 울리자 기세등등했던 경기초반과달리 고개를 떨군 채 그라운드를 떠났다. (전주=연합뉴스)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