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참가 32개국 정상들의 경기관심도는 어느 정도일까. 한마디로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상들은 '마니아'에 가깝다. 자국팀 경기가 열리는 시간에는 업무스케줄을 없애는가 하면 매 경기 축하와 격려를 보내고 있다.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자국팀이 지난달 31일 개막전에서 세네갈에 0-1로 패배를 당했음에도 불구, 6일 오후 12시 30분(현지 시간)부터 시작된 우루과이와의 예선 2차전을 엘리제궁에서 지켜봤다. 물론 모든 공식행사는 그 뒤로 미뤘다. 그는 프랑스가 우루과이와 득점없이 비기자 "승리하지는 못했으나 선수들의 하나된 마음과 사기가 얼마나 높은지 보여주었다"며 "다음 경기에서도 나(대통령)나 우리 국민은 여러분과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대표팀을 격려했다. 공동 개최국인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도 지난 4일 벨기에전이 벌어진 사이타마경기장을 직접 방문, 게임종료 때까지 자국팀에 열광적인 응원을 보냈다. 그는 "골이 들어갔을 때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찡했다"며 "일본이 러시아와 치르는 9일 시합은 더욱 흥미진진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피력했다. 프랑스의 오랜 통치를 받았던 압둘라예 와데 세네갈 대통령은 개막전에서 세계 최강 프랑스를 꺾자 그날을 '국경일'로 선포하는 등 국민적 열기를 북돋웠다. 그는 축하 메시지를 통해 "우리의 승리는 '아프리카의 색깔'을 지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우리팀의 실력이면 16강을 넘어 8강까지 갈수 있을 것"이라고 선수단을 추켜세웠다. 하지만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미국팀이 포르투갈에 승리했음에도 불구, 그 경기를 시청하기는 커녕 축전조차 보내지 않았다.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