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외국인선수 중 타자와 투수들의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지난 해 유례없는 '타고투저'를 주도했던 용병 타자들은 시즌 초반 공갈포로 판명나 이미 보따리를 쌌거나 퇴출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반면 투수들은 눈부신 활약으로 주가를 한껏 올리고 있는 것. 올 해 이미 방출된 7명 중 SK 마무리 투수로 영입됐던 자니 러핀을 제외한 6명이 모두 타자였던 점을 보더라도 용병타자들의 수난을 엿볼 수 있다. 지난 해 시즌 중 퇴출된 15명 중 투수가 10명이었던 반면 타자는 5명에 불과했다는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풍경이다. 이런 용병타자들의 수난은 성적표를 보면 금방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지난 해는 호세(롯데 재계약 실패)가 출루율.장타율 각 1위와 홈런 2위(36홈런)에 오른 것을 비롯해 우즈(두산) 타점 1위(113타점) 등 용병타자들이 공격부문을 주도하며 98년 용병제 도입 이후 최대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타격 20걸은 모두 토종타자들로 채워졌고 데이비스(타격 22위)와 폴(현대.24위), 브리또(삼성.29위)만이 간신히 타격 30걸에 이름을 올렸다. 홈런 부문에서도 지난 해 10걸에 무려 6명의 용병타자가 올랐던 것과 달리 올해는 우즈만이 8위(11개)에 턱걸이하며 그나마 체면을 유지했을 뿐이다. 반대로 마운드에서는 용병투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 해는 에르난데스(SK)가 탈삼진부문 1위(215개)와 다승부문 3위(14승)를 차지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용병투수들이 별다른 성적을 거두지 못해 기를 펴지 못했다. 하지만 올 해는 레스(두산)가 다승 2위(7승)에 오른 것을 비롯해 토레스(현대),키퍼(기아, 이상 6승), 콜(5승) 등 4명이 다승 10걸에 포함됐고 방어율 부문에도 10위권에 5명의 용병투수가 명함을 내밀었다. 특히 레스와 토레스, 키퍼, 매기(롯데), 만자니오(LG)는 각각 팀의 선발 주축을맡으며 코칭스태프의 강한 신뢰를 얻고 있다. 올 해 용병타자들의 저조한 활약속에 `투고타저'를 주도하고 있는 용병투수들이계속 맹활약을 펼치며 `코리안드림'을 실현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