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걸렸다.' '영원한 축구 앙숙'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가 7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16강진출을 위한 '외나무다리 대결'을 펼친다. 월드컵대회 통산 5번째인 두 팀의 대결은 '죽음의 조'로 불리는 F조 경기중에서도 단연 빅 이벤트로 꼽히고 있다. 객관적인 상황은 아르헨티나가 다소 유리하다. 아르헨티나는 첫 경기에서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를 1-0으로 잡고 승점 3을 확보,16강진출의 첫 관문을 무사히 통과했다. 아르헨티나의 강점은 무엇보다 안정된 전력이다. 대회 초반 의외의 일격을 당하며 무너진 프랑스 포르투갈 등 여타 우승후보국들과 달리 아르헨티나는 이번 대회 가장 우승권에 근접한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득점기계'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와 아리엘 오르테가가 이끄는 공격진은 나이리지아와의 경기에서 나타났듯 막강화력 그 자체였으며 경기 전체를 조율하는 미드필더 후안 베론의 실력도 세계 최정상급이었다. 그러나 디에고 시메오네,왈테르 사무엘과 함께 철통 스리백을 구축한 로베르토 아얄라의 허벅지가 좋지 않은 점이 걸린다. 잉글랜드의 처지는 다소 절박하다. 1차전에서 '바이킹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스웨덴과 1-1로 비겨 현재 승점 1만을 확보하고 있는 잉글랜드는 만약 아르헨티나의 대결에서 패한다면 16강진출의 꿈은 사실상 접어야 한다. 4-4-2 시스템을 구사하는 잉글랜드는 투톱의 한자리에 '원더 보이' 마이클 오언을 세우고 나머지 한자리는 장신의 에밀 헤스키와 스피드가 좋은 다리우스 바셀에 맡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잉글랜드 전력의 핵심인 데이비드 베컴이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스웨덴과의 1차전에서 나타났듯 후반들어 수비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포백 수비라인에 자주 허점을 노출한 것도 잉글랜드의 고민거리다. 두 팀이 앙숙이 된 것은 지난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포클랜드섬의 영유권을 놓고 전쟁까지 했던 양국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감정의 골이 치유되지 않고 있어 자칫 경기후 양국 팬들간의 충돌마저 우려되고 있다. 역대 월드컵에서 상대전적은 2승2패로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62년 칠레대회와 66년 잉글랜드대회에서는 잉글랜드가 모두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포클랜드 전쟁 이후 86년 멕시코대회와 지난 98년 프랑스대회때는 아르헨티나가 연거푸 이겼다. 86년 대회는 특히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가 유명한 '신의 손' 사건으로 잉글랜드를 격파한 뒤 여세를 몰아 우승까지 차지했다. 지난 98년 대회때도 잉글랜드는 데이비드 베컴이 퇴장당한 뒤 승부차기 끝에 아르헨티나에 패배,지금까지도 썩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