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1위를 확정짓는다.' 7일 오후 6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스페인과 파라과이의 2002월드컵 조별 예선리그 2차전은 B조의 판도가 확연하게 가려지는 경기다. 1차전에서 슬로베니아를 3-1로 격파한 '무적 함대' 스페인이 승리할 경우 사실상 조 1위를 확정짓게 될 공산이 크다. 반면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무승부(2-2)를 기록한 파라과이가 예상을 뒤엎고 스페인을 잡을 경우 B조에선 파라과이의 1위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스페인과 파라과이는 지난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도 한 차례 맞대결을 펼쳤었다. 당시 두 팀은 예선리그에서 0-0으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러나 당시 나이지리아와의 1차전에서 2-3의 패배를 기록했던 스페인에는 이 무승부가 치명적이었다. 파라과이는 16강에 진출한 반면 스페인은 결국 1승1무1패로 16강 탈락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 때문에 스페인 입장에서 이번 경기는 설욕전이라고 볼 수 있다. 슬로베니아전을 통해 월드컵 1차전 부진의 징크스를 말끔히 털어버린 스페인은 어느 때보다 우승을 향한 선수들의 집념이 높다. 유럽 대륙에 붙어 있지만 남미식 기술축구를 구사하는 스페인은 조직력을 앞세운 파라과이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다소 앞서 있다는 평가. 투톱으로 나서는 라울 곤살레스와 페르난도 모리엔테스,공격형 미드필더인 루이스 엔리케와 카를로스 발레론은 슬로베니아전에서 가공할 파괴력으로 우승 후보다운 위력을 보였다. 남아공과의 경기에서 2-0으로 앞서다 막판 뒷심 부족으로 무승부를 기록한 파라과이는 주전 골키퍼 호세 루이스 칠라베르트가 가세하지만 체사레 말디니 감독의 지도력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말디니 감독은 남아공과 비긴 뒤 파라과이 언론들로부터 뭇매를 맞았고 호세 메데나 축구협회 회장직무대행은 감독 교체설까지 거론하고 있다. 사령탑이 흔들리며 자멸 위기에 빠진 파라과이가 상승세를 탄 스페인을 이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지만 파라과이는 팀의 정신적 지주인 칠라베르트가 복귀함에 따라 보이지 않는 '플러스 알파'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