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한일월드컵축구에 북중미 '허리케인'이 거세게 밀려오고 있다. 지난 5일 미국-포르투갈간 조별리그 D조 1차전을 끝으로 1라운드를 끝낸 월드컵은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돌풍보다 오히려 미국과 멕시코, 코스타리카 등 북중미의 선전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한 미국은 5일 수원에서 열린 포르투갈전에서 초반부터 주도권을 장악, 강력한 압박을 펼친 끝에 3-2로 승리했다. 세계 랭킹 5위이자 `중원의 지휘자' 루이스 피구가 이끄는 우승후보 포르투갈를미국이 제압할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들은 거의 없었다. 고만고만한 '해외파'들로구성된 미국이 의외로 빠른 스피드와 중원을 주름잡는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압박하자 스타군단 포르투갈은 맥없이 무너졌다. 지난 1950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단지 여행을 왔을 뿐'이라는 평가속에 무명의약체였던 미국이 당시 최강 잉글랜드를 1-0으로 꺾었던 이변과 비견되는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사실 미국은 '94 미국월드컵에서 16강에 올랐을 뿐 지난 프랑스대회에서는 3패로 탈락하는 등 세계무대에서 늘 변방이었다. 그러나 포르투갈과의 대결에서 막강체력을 과시하며 다양한 공격패턴으로 상대를 공략,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이 때문에 D조의 예선판도가 안개 속으로 빠져 한국의 16강 전선에도 큰 영향을끼치고 있다. 멕시코가 크로아티아를 제압한 것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사실 멕시코는 북중미의 강호로 군림해왔으나 지역예선에서 졸전을 거듭한 끝에 어렵게 출전권을 따내자 전문가들은 멕시코의 선전 가능성에 의구심을 품어왔다. 그런 멕시코가 지난 대회 3위팀이자 슈케르가 버틴 크로아티아를 1-0 으로 꺾고서전을 장식했다. 특히 `두 발목 사이에 공을 끼워넣고 껑충 뛰는' 독특한 개인기를자랑하는 블랑코의 컨디션이 최고조여서 같은 조에 속한 이탈리아마저 위협할 수있는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대회에 이어 돌풍을 일으키겠다던 크로아티아는 자칫 16강 진출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몰리게 됐다. 북중미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한 코스타리카도 월드컵 무대에 첫 진출한 중국을 2-0으로 가볍게 제압하며 `카리브 돌풍'에 합류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스트라이커 파울로 완초페(맨체스터시티)를 앞세운 코스타리카의 공격력은 '90 이탈리아월드컵 당시의 전력을 웃돈다는 평가다. 첫 출전한 이탈리아 대회에서 코스타리카는 주위의 무관심을 비웃기라도 하듯스웨덴과 스코틀랜드를 각각 2-1, 1-0으로 꺾고 16강에 진출해 세계를 놀라게 했었다. 다만 경기의 완급을 조율한 재목이 부각되지 않아 다소 경기를 힘들게 풀어나간다는 평가도 받고 있지만 다음 상대인 터키가 브라질과의 대결에서 주전 2명이 퇴장을 당하는 `어부지리'를 누릴 수 있게 됐다. 폭풍의 신(神) '우라칸(Huracan)이 이들 3국의 돌풍에 언제까지 함께 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연합뉴스) 특별취재단=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