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다' 월드컵 본선에서 14차례나 싸워 한번도 외쳐보지 못한 환호가 마침내 터졌다. 그리고 온 국민이 그토록 갈망하던 월드컵 본선 1승의 숙원이 마침내 풀렸다. 4일 밤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길게 울리는 순간 전국은 감격의 환호로 들썩였다. 경기장 관중석을 가득 메운 5만4천여명의 '붉은 물결'은 파도보다 더 높고 격렬하게 승리의 찬가를 불렀다. 전국 방방곡곡마다 '대-한민국'의 함성은 끝없이 이어졌고 거리마다 얼싸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청년들로 넘쳐 났다. 무려 48년 동안 풀지 못했던 숙원이었다. 지난 54년 스위스월드컵 본선에서 9점차 대패로 시작된 한국의 월드컵 본선 도전사에 '1승'의 글귀를 새겨넣는데 걸린 세월은 너무나 길고 지루했다. 그러나 48년 숙원을 풀어내는데는 단 100분만 필요했다. 경기를 시작한지 26분이 지났을 즈음 이을용의 짧고 간명한 패스가 폴란드 문전으로 날카롭게 파고 들었고 '황새' 황선홍의 왼발이 마치 무림의 고수가 휘두른 칼날처럼 번득였다. 바로 한국의 본선 첫 승을 이끈 결승골이었다. 후반 8분 '유비' 유상철의 쐐기골이 터지자 벌떡 일어선 관중들은 경기가 끝날때까지 앉지 않았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98년 프랑스 월드컵까지 본선 5차례 거둔 10패4무승부의 초라한 성적표를 1승10패4무승부로 고쳐썼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아직 경기를 치르지 않은 포르투갈, 미국 등에 앞서 조선두로 나섰으며 더 큰 목표인 16강 진출의 희망을 활짝 열어젖혔다. 특히 한국은 전통적으로 약점을 보였던 유럽팀과의 경기에서 압도적인 플레이를 펼쳐 앞으로 미국,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커다란 자심감을 얻는 효과도 누렸다. 한국은 내친 김에 오는 10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미국을 맞아 본선 2연승까지 노린다는 각오다. 태극전사들의 붙같은 투지 앞에 72년 올림픽 우승과 82년 월드컵 3위를 차지했고 이번 대회 유럽지역 예선에서 가장 먼저 본선 티켓을 따낸 폴란드는 의외로 쉽게무너졌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예상대로 황선홍을 최전방에, 설기현과 박지성을 좌우 날개공격수로 배치, `삼각 편대'를 출격시켰고 침착함이 돋보이는 이운재에게 골문을 맡겼다. 경기 시작과 함께 폴란드의 거센 공세와 큰 경기 부담으로 둔하게 움직이던 한국은 설기현의 헤딩슛을 전환점으로 삼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폴란드의 초반 기세를 잘 막아내고 골문을 두드린 한국은 26분만에 `황새' 황선홍의 왼발에서 선제골을 엮어냈다. 스로인한 볼을 설기현이 되차주자 이을용이 이를 받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폴란드 수비전형을 훑어본 뒤 황선홍 쪽으로 살짝 찔러주었고 황선홍이 멋진 왼발 발리슛으로 그물에 꽂았다. 한 템포 빠른 황선홍의 발리 슛에 세계 최정상급 골키퍼 예지 두데크가 손을 뻗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태극전사들은 이어 후반 8분 유상철이 깨끗한 중거리포로 추가골을 터뜨려 사실상 이날의 승부를 갈랐으며, 승리를 예감한 5만4천여 관중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포효했다. 한편 H조의 일본은 강호 벨기에를 맞아 2-2로 무승부를 기록, 그런대로 무난한출발을 보였으나 사상 첫 본선에 진출한 C조의 중국은 코스타리카에 0-2로 무너져 높은 벽을 실감해야했다. khoon@yna.co.kr (서울=연합뉴스)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