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폴란드를 '제물'로 본선 첫 승을 따내자 축구 원로들은 감격에 겨워하며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특히 월드컵대회에 출전했으나 첫 승의 감격을 경험하지 못한 채 아쉬움을 삼켜온 노병들은 "우리가 해내지 못했던 일을 드디어 후배들이 해냈다"며 감격의 눈시울을 붉혔다. 한국축구가 월드컵의 문을 처음으로 두드린 '54 스위스대회 일본과의 예선전에서 골을 터트려 첫 본선행의 견인차 역할을 했으나 정작 본선무대에는 서지 못했던최광석(71)씨는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 나와 후배들의 선전을 말없이 지켜봤다. 까마득한 후배들의 플레이를 말없이 지켜보던 최씨는 황선홍과 유상철의 연속골이 터지자 매번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일어나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냈고 승리가 확정된 뒤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했다. 최씨는 "오늘은 꼭 이기기를 바랬는데 너무 기쁘다"며 "폴란드전에 이겼으니 우리가 바라던 16강도 문제 없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또 "한국보다 전력이 나았던 폴란드를 이겼으니 이제 한국축구에도 서광이 비치는 것 같다"며 "병들고 거동마저 불편해진 옛 동료들도 기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해 건강이 악화된 홍덕영(76) 등 옛 동료들을 떠올렸다. 또 '62칠레월드컵 예선에 출전했으나 일본에 패해 본선무대의 꿈을 접어야 했던 허윤정(66)씨는 서울 대림동 자택에서 TV를 통해 감격의 순간을 지켜봤다. 가족들과 함께 경기를 지켜보며 고비 때 마다 감탄사를 연발하던 허씨는 "우리가 하지 못한 일을 후배들이 해줘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축구인으로서 자부심을느낀다"며 흐뭇해했다. 그는 또 "본선에 오르지 못한 한을 품고 살아왔는데 후배들의 선전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며 "이제 좀 더 높은 목표를 정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허씨는 "오늘 이겼다고 해서 결코 자만해서는 안되며 겉보기만으로 상대를 평가하고 무시해서도 안된다"며 충고한 뒤 "감독에게 배운대로 최선을 다한다면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서울=연합뉴스)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