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당신과 함께'(Hiddink With You) 한국축구대표팀이 4일 폴란드와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첫번째 경기를 치르는 부산아시아드경기장의 스탠드 상단에는 이같은 문구가 쓰여진 네덜란드 국기가 걸려 눈길을 모으고 있다. 대표팀 응원단인 '붉은 악마'가 마련한 이 깃발은 네덜란드 출신 거스 히딩크감독을 성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나름의 사연이 있다. 지난 4월말께 붉은 악마측은 허진 미디어담당관을 통해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응원을 어떤 식으로 해 주기를 바라느냐는 질의를 했고, 히딩크 감독은 응원과 함께 경기자체를 즐기면 됐지 요구할게 뭐 있겠느냐는 반응이었다. 이때 외교관출신으로 유럽 축구문화에 밝은 허진 미디어 담당관이 클럽팀의 깃발안에 팀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의 국가 깃발을 새겨 넣음으로써 선수에게 자부심을 불어넣는 관행을 연상, 네덜란드 깃발을 경기장에 걸어 두는 것은 어떻겠냐고 감독의 의사를 타진했다. 히딩크 감독은 본인 스스로 그런 것을 요구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해준다면 고맙겠다며 반색을 했다는 것. 지난 1년5개월여 동안 강력한 카리스마로 태극전사들을 이끌어 온 히딩크 감독이지만 고향 네덜란드에 대한 그리움은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더구나 이번 대회에서 네덜란드가 유럽예선에 탈락, 잔치에 초대받지 못하면서 자신의 제자들과 자국 팬들을 만날 수 없게 된 점은 히딩크 감독의 향수를 더욱 부채질했던 것. 98년 프랑스월드컵 때 한국이 네덜란드에 0-5의 참패를 당했던 그날 도저히 화해(?)할 수 없었던 두 나라의 깃발이 4년만에 정겹게 조우하는 장면은 색다른 볼거리가 됐다. (부산=연합뉴스)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