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본선에 사상 첫 출전한 에콰도르팀이 유럽축구의 강호 이탈리아에 0-2로 패하자 에콰도르 국민은 크게 낙담하는 분위기였다. 지난해 월드컵 남미지역 예선에서 브라질을 제치고 아르헨티나에 이어 2위로 진출한 에콰도르팀은 역대 어느 팀보다 선수기량이나 팀워크면에서 강세를 보여 첫 본선 진출임에도 16강 진출의 가능성을 어느 때보다 높여주었던 게 사실. 이 때문에 한때 사그라들었던 축구에 대한 에콰도르 국민의 열기도 되살아나 콜롬비아출신 에르난 다리오 고메스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에 대한 기대가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수도 키토에서는 만에 하나 에콰도르가 승리할 것에 대비, 축하행진을 하려는 시민들이 에콰도르 국기를 싹쓸이하는 바람에 동이 날 정도였다는 게 현지언론의 보도이다. 특히 공식 유니폼 제작업체인 마라톤 스포츠가 만든 유니폼은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품귀현상마저 빚었고 키토시내의 특급호텔인 스위스호텔의 음식점은 대형 멀티비전을 설치해놓고 경기가 생중계된 이날 새벽 5시에 문을 열어 축구팬들을 맞는 등 특별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키토에 이어 제2의 대도시이자 상업도시인 과야킬에서도 음식점들이 새벽까지 영업을 연장하거나 평소보다 3∼4시간 일찍 문을 열어 축구팬들의 편의를 돌봐주었다. 그러나 새벽부터 TV앞에 앉아 일본 삿포로에서 날아들 희소식을 기대했던 에콰도르 국민은 여지없는 참패에 실망의 빛이 역력했다. 특히 기대를 걸었던 스트라이커 아구스틴 델가도와 알렉스 아기나가 등이 이탈리아의 철벽수비에 걸려 공격이 좌절되자 탄식과 함께 무척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고 현지언론은 전했다. 대이탈리아전 패배와 멕시코-크로아티아전에서 멕시코의 승리로 일단 G조 하위로 내려앉은 에콰도르는 오는 9일 일본 미야기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을 멕시코가 '발칸바람'을 잠재운 상승세에 있어 벌써부터 부담스러워하는 표정이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특파원 bigp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