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 지긋 지긋했던 '1차전 징크스'에서 탈출했다. 화려한 멤버를 보유하고도 매번 월드컵 1차전에서 무기력한 모습으로 휘청거렸던 스페인이 3일 슬로베니아를 3-1로 제압, 마침내 징크스를 털어내고 산뜻한 출발을 보였다. 통산 11번째 월드컵에 출전한 스페인이 1차전을 이긴 것은 1950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미국을 3-1로 꺾은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나머지 월드컵에서는 무려 9번이나 비기거나 패배(3무6패)했고 94년 미국월드컵때는 한국에 2-0으로 앞서다 후반 종료 직전 홍명보와 서정원에게 연속 골을 허용해2-2로 비기기도 했다. 첫 경기를 망치다 보니 월드컵에서 성적이 좋을리가 없었다. 스페인은 50년 대회에서 4강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고 34년과 86년, 94년 대회에서 8강에 올랐을 뿐 나머지는 조별리그에서 탈락, 축구 강국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스페인은 슬로베니아와의 1차전을 마치 결승전처럼 신중하게 준비했다. 우승후보 국가들은 선수들의 컨디션이 대회 중반이후 최고조에 이르도록 조절하지만 스페인은 4강 후보로 꼽히고도 1차전에 팀 전력을 집중시켰다. 그동안 각종 인터뷰에서 라울 곤살레스와 루이스 엔리케, 페르난도 이에로 등주축 선수들은 물론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감독조차도 `1차전 징크스'를 깨트리는 것이 최대 관건이라고 되풀이하기도 했다. 복병 슬로베니아와의 1차전에서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징크스를 없애 홀가분해진 스페인이 52년만에 4강신화까지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광주=연합뉴스)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