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맹주'를 자처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독일과의 경기에서 0-8이라는 치욕적인 패배를 하면서 감독 교체 가능성이 대두되고있다. 일본의 닛칸스포츠는 2일 이번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목표로 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대패함으로써 감독인사권을 쥐고 있는 왕족과 정부의대응이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4년간 12차례나 감독이 교체된 것을 고려할때이번 패배의 책임을 물어 나세르 알조하르 감독의 진퇴가 수면위로 떠오를 가능성이있다고 전망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주요 경기에서 게임 내용이 마음에 들지않을 경우 대회중이라도 바로 사령탑을 바꿔 세계에서 감독의 명줄이 가장 불안한 국가이다. 나세르 알조하르 감독은 지난해 10월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중 슬로보단 산트리치감독(유고)이 쫓겨나는 바람에 전격적으로 지휘봉을 넘겨받아 팀을 본선 무대로 이끌었다. 알조하르 감독은 지난 2000년 10월 아시안컵 도중 밀란 마칼라 감독(체코)이 물러나자 감독대행을 맡아 팀을 결승으로 끌어올린 이력도 갖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감독교체 역사는 '화려'하다. 94년 미국월드컵 본선 직전 호르헤 솔라리 감독(아르헨티나)을 불러들여 16강에진출했으나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는 경기 내용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에두아르도 빈가다 감독(포르투갈)을 해임한데 이어 후임인 오토 파이스터 감독(독일)도 3개월만에 쫓아냈고 이어 등장한 파헤이라 감독(브라질) 역시 본선도중 본국으로 귀국해야했다. 이처럼 감독들이 자주 교체되다보니 체계적인 선수 육성이나 전술 개발 등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독일에 참패한 것은 세계 축구의 흐름에서 동떨어져 '동네 축구'에 안주한 축구 정책과 잦은 감독교체, 선수들의 경험부족, 전술부재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독일의 힘과 스피드, 기량에 압도당한데다 제공권까지 내주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변변한 슈팅 찬스 한 번 잡지못하고 역대 월드컵사상 2번째 최다골차로 허망하게무너졌다. (요코하마=연합뉴스) kim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