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자존심 파트리크 음보마(32.카메룬)는 역시 불굴의 사자(Indomitable lion)였다. 부상으로 뛰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속에 1일 아일랜드와의 2002월드컵 E조 개막전에 선발 출전한 음보마는 언제 아팠냐는 듯이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벼 니가타의 만원 관중을 매료시켰다. 자신의 후계자인 사뮈엘 에토오(21.레알 마요르카)와 공격 최전방에서 찰떡 궁합을 과시하며 `종가' 아일랜드의 콧대를 여지없이 꺾어놓았다. 전반 39분에 터트린 그의 선제골도 에토오와의 합작품이었다. 에토오가 골라인 오른쪽에서 아일랜드 포백수비의 센터백인 스티브 스톤턴(아스톤 빌라)과 개리 브린을 차례로 제치고 밀어준 것을 가볍게 오른발로 터치슛, 그물을 흔든 것. 사실 음보마의 선발 출전은 그의 부상 정도를 고려할 때 분명 무리수였다. 지난 2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개최국 말리와의 4강전을 앞두고 아킬레스건을다친 그는 당시 출전을 강행해 카메룬을 정상에 올려놓았지만 소속팀으로 돌아간 뒤부상이 악화돼 아르헨티나와의 평가전에 뛰지 못했다. 여기에 보너스 문제로 축구협회와 티격태격하다 공항에서 발이 묶이는 바람에일본 입국이 늦어지는 등 마음 고생도 심하게 했다. 그러나 진정한 스타는 위기에 강한 법. 일본 캠프 도착과 함께 재활에 혼신의 힘을 기울인 그는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정상으로 끌어올렸고 이날 개막전에서 첫 골을 뽑아 빈프리트 셰퍼 감독의 기대에부응했다. 185㎝, 85㎏의 거구에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개인기와 스피드를 보유한 음보마는 98년 프랑스월드컵에도 출전했으며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조국에 금메달을안기며 그해 아프리카 최우수선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97년 J리그 감바 오사카로 건너가 2년 연속 득점왕에 오르며 월드스타 도약의기회를 잡았던 그는 이탈리아 파르마를 거쳐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선더랜드에 몸담고 있다. (니가타=연합뉴스) 특별취재단=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