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비단 예술의 경지에 이른 달인의 기술을 보여주는 '지구상 최고의 축구제전' 으로서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수십억불에 이르는 광고 및 마케팅 기회를 서로 잡으려는 기업들의 '무한경쟁'도 흥미로운 볼거리의 하나다. 영국의 BBC방송은 그러나 30일 인터넷 웹사이트 기사를 통해 이번 한-일 월드컵에서는 다른 대회 때와 달리 서방회사들이 '대박'을 떠뜨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십상인 것으로 지적했다. 유럽과 한국-일본 간 '이스트-웨스트 타임'의 시차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양조업체와 방송사들이 울상이다. 이번 한-일 월드컵에서는 이른 아침에 중계방송이 나가는 경우가 많아 '돈을 자루에 쓸어담다시피 했던' 98년 프랑스 월드컵 때의 재미를 다시 보기를 어려울 듯 싶어서다. 이번 한-일 월드컵은 여름 몇달간의 TV 광고수입을 늘리는 데는 그런대로 기여하겠지만 연간 매출실적은 평년작에 그칠 공산이 큰 것으로 광고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사이트나 라디오 방송,석간신문 등은 이른 아침에 치러진 경기소식을 들으려는 사무직 종사자들의 정보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 짭짤한 광고수입을 올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영국의 경우 월드컵 경기, 특히 평일 근무시간에 잉글랜드 팀이 시합을 하는 이틀간은 근로자들이 TV중계에 신경을 온통 곤두세울 것으로 보여 생산성 하락이예상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더구나 잉글랜드-아르헨티나 경기가 열리는 시간은 낮 12시30분(런던시간)이어서 더욱 그러리라는 분석이다. 이번 월드컵 기간의 실질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곳은 도박업소다. 다음달 런던증시에 상장예정인 도박체인점인 '윌리엄 힐'은 이번 월드컵을 호기로 보고 있다. 잉글랜드 팀이 16강 토너먼트에서 탈락한 최근 8차례의 월드컵 가운데 6번은 런던의 주가가 하락했다. 따라서 잉글랜드가 다음달 15∼16일 프랑스에 덜미를 잡혀 탈락하면 주식투자자들은 월요일인 다음날에는 투자를 자제하라는 권고를 받게 될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의 경제활동은 월드컵개막에 앞서 급격히 활발해졌다. 리즈 대학 경영대학원의 빌 제러드 박사는 "98년월드컵 때 프랑스 경제는 3.3% 성장했다"면서 "월드컵과 같은 스포츠 제전은 개최국에 엄청난 혜택을 주곤 한다"고 말했다. 장기침체에 빠졌던 일본 경제는 지난 1.4분기에 0.6% 성장했고 한국의 1분기 성장률은 5.7%에 이르렀다. 이를 가능케 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바로 새 축구경기장건설 및 교통망 확충 등을 위해 공공지출을 늘렸다는 점이다. 각국 축구팬의 대거입국에 따른 현금 수입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후에는 심각한 후유증도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새 경기장 시설 등을 짓는데 들어간 돈은 경제에 긍정적인 자극제가 되기도 했지만`코스트'(비용)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셰필드 할럼 대학 스포츠산업 연구센터의 크리스 그래튼 소장은 "이같은 유형의프로젝트가 안고 있는 핵심 문제는 다른 종류의 경제발전을 구축(驅逐)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나라가 월드컵을 치르기 위해 만든 20개소의 새 축구경기장을 추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도 걱정거리가 될 것 같다. 월드컵 공동개최는 결국 경기장 시설에 대한 '낭비적인 중복투자'를 초래했다는 게 그래튼 소장의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