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지네딘 지단의 공백은 결국 월드컵 사상 최대의 이변을 낳게 했다. 31일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개막전에서 월드컵 2연패를 노리는 세계 최강의 프랑스 공격진은 마에스트로 지네딘 지단이 빠지자 아트사커의 위력을 완전히 상실한 평범한 팀으로 전락해 버렸다. 지단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특명을 받고 투입된 노장 미드필더 유리 조르카에프는 가장 중요한 임무인 볼 피딩 능력을 비롯해 공격전술 지휘, 세트 플레이 등 모든 면에서 역부족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조르카에프의 공격 지휘는 두텁게 포진한 세네갈 수비에 번번이 차단됐다. 낮게 찔러주는 패스는 빠르기는 했으나 조금씩 길어 트레제게와 빌토르드, 앙리의 발끝을 살짝 살짝 벗어났고 프랑스는 파상공세를 펼치고도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조르카에프는 공격이 풀리지 않자 자신이 직접 세차례나 슛을 날려봤으나 후반초반 골키퍼 손에 맞고 나간 날카로운 왼발 슛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공격의 흐름을 끊을 뿐이었다. 지단이 보여주던 현란한 드리블과 상대 수비진의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스루패스가 없는 상황에서 앙리와 트레제게의 스피드만으로는 챔피언 다운 위용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