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다운은 끝났다. 전세계 축구팬들을 몸살나게 했던 꿈의 무대 월드컵이 상암구장의 밤하늘을 뒤덮은 화려한 불꽃축제와 함께 시작됐다. 장중한 취타대의 행렬과 4백명 충무단의 군무로 시작된 개막행사는 한편의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3백28개의 고감도 스피커에서 쏟아져내린 격렬한 타악기의 음향과 디지털 육자배기, 6만5천의 관중이 같이 한 빛의 향연과 평화 아리랑의 합창을 통해 고조되던 열기는 양국 선수들이 입장하는 순간 정점에 도달했다. 개막전의 주인공은 전대회 우승국 프랑스, 명실상부한 세계 제일의 팀이다. 영국과 이탈리아 리그에서 이번 시즌 득점왕으로 등극한 앙리와 트레제게 '쌍포'가 전진 배치돼 있고, 프랑스 리그에서 득점왕에 오른 시세는 골을 위한 출동대기조.주장 드사이를 중심으로 튀랑, 리자라쥐, 르뵈프로 구성되는 철벽 포백 라인과 GK 세계 4인방의 일원인 바르테즈, 이 모두가 자기 포지션에서 세계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스타군단이다. 이에 맞서는 팀은 '아프리카의 돌풍' 세네갈. 처음 맞는 월드컵 무대지만 호락호락하게 조역에 만족할 팀이 아니다. 이집트, 알제리, 모로코 등 아프리카 축구 '전통의 명가'들을 잠재우며 예선을 통과했을 뿐더러 최근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는 '아프리카의 심장' 나이지리아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 정도만으로도 다크호스가 되기에 충분한 팀이다. 무엇보다 강력한 무기는 예선 전적 최소 실점을 자랑하는 막강한 수비력이다. 2천 룩스의 강렬한 조명 아래에서 펼쳐진 두 팀의 대결은 박진감 넘치는 현대 축구의 진수를 보여준 멋진 경기였다. 두 팀이 펼치는 현대식 압박 축구는 빠르고 정확하고 간결했다. 황제의 팀은 당당했고, 아프리카산 야생마들은 세계 1위팀의 명성 앞에서 조금도 주눅들지 않은 채 그라운드를 질주했다. 앙리의 패스를 받은 트레제게의 슛이 골포스트를 맞고 빗나간 것은 프랑스팀의 불운. 세네갈의 수비진도 생각보다 견고했다. 디오프를 전방에 포진시킨 채 두어번의 날카로운 센터링으로 프랑스 수비진을 위협하던 세네갈의 부바 디오프가 마침내 월드컵 1호골의 환호성을 올렸다. 후반에 접어들면서 프랑스팀은 세네갈의 골문에 격렬한 포화를 퍼부었다. 골문을 향해 날아간 슈팅만 5번. 앙리의 절묘한 로빙슛이 크로스바를 맞춘 불운은 수차례 거듭돼온 개막식 징크스를 떠오르게 했다. 결국 이번 월드컵 개막전도 이변으로 마무리됐다. 야전사령관 지단의 빈 자리가 너무 커보였다. 21세기 첫번째 월드컵은 이렇게 시작됐다. 하지만 우리들의 카운트다운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우리가 꿈꾸는 드라마는 6월4일 부산에서 시작될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용맹한 축구 영웅들의 선전을 기대하며 붉은 악마들의 구호를 외쳐본다. 코리아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