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침묵의 바다에 일순간 폭풍을 일으키는 골은 축구의 생명이다. 그리고 그 골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은 골잡이들의 화려한 골세리머니라 할 수있다. 역대 월드컵에선 `폭주 기관차', `쌍권총의 킬러', `기차 놀이', `옆으로 드러눕기' 등 기발한 골 세리머니가 축구팬들을 열광케했다. 그렇다면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는 어떤 골 세리머니가 그라운드를 휘어잡을것인가. 골 세리머니를 연출하기 위해서는 우선 골을 넣어야한다. 그런 점에서 득점왕후보로 떠오르는 선수들이 세리머니면에서도 유리하다. 잉글랜드의 마이클 오언이나프랑스의 다비드 트레제게와 티에리 앙리, 브라질의 호나우두, 카메룬의 파트리크음보마의 `포효'를 어렵지 않게 볼 수있는 것. 한국팀에서는 사랑하는 아내에게 영광을 돌리는 꽃미남 안정환의 `반지의 제왕'세리머니가 기대되는 장면이다. 잉글랜드의 '원더 보이' 오언은 지난 21일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골을 넣은 후두 손을 번쩍 들어 기쁨을 표시하는 비교적 평범한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그러나 오언은 골의 환희가 넘칠때는 가히 서커스를 방불케한다. 손을 짚고 공중제비를 돌아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것. 올해 이탈리아 세리에A 득점왕에 오른 트레제게는 주체할 수없는 열기를 연출하듯 옷을 벗어 던지면서 질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앙리는 골만 넣으면 코너로 달려간다. 코너 깃발에 의지해 사진 기자들을 위해포즈를 취해준다. 스페인의 국민적 영웅 라울은 골을 넣을 때마다 결혼 반지에 입을 맞춰 아내에 애정을 표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적어도 한국팬들에게는 '스페인판 안정환'인 셈이다. 삼바 축구의 기수 호나우두는 삼바 리듬에 맞춰 팀 동료와 춤을 춘다. 그러나최근 몇년간 부상의 늪에 빠졌던 호나우두의 골 세리머니는 축구팬들의 뇌리에서 거의 사라졌다. 따라서 호나우두가 이번 대회에서 영광의 모습을 재현할 지도 관심사가 되고있다. 춤하면 카메룬의 음보마도 빠지지 않는다. 골을 넣은 후 코너 깃발을 잡고 화려한 아프리카 스탭을 밟는 그의 모습에 관중들은 열광적인 환희로 보답한다. 아르헨티나의 '바티골' 가브리엘 바티스투타는 독수리처럼 두 팔을 활짝 벌리며비행하는 골세리머니로 유명하다. 또 이탈리아의 크리스티안 비에리는 전직 복서 출신답게 골을 넣은 후 유니폼상의를 훌쩍 들어올리며 '왕(王)' 자가 뚜렷한 복근을 자랑한다. `테리우스' 안정환의 세리머니 모습은 이제 한국대표팀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세계무대에서는 비록 라울의 `반지 키스'를 흉내낸 것처럼 보이겠지만 국내 팬들에게는 적어도 안정환의 세리머니는 가히 최고의 작품으로 남는다. 지난 16일 스코틀랜드전에서 연속 골을 터트릴 때마다 결혼반지에 키스를 퍼붓는 안정환의 `진실한 모습'은 여성팬들은 물론 국민의 정서를 터치했다. 다른 선수들의 세리머니는 특별한 것이 없는 편. 다만 히딩크 사단의 황태자 그룹인 이천수와 최태욱, 송종국은 기도를 연상시키는 장면으로 기억된다. 비록 대표팀에서 탈락했지만 골을 넣을 때마다 보여주는 고종수의 공중제비 묘기는 원더보이 오언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월드컵 사상 첫승과 16강 진출을 현실화시키는 한국대표팀의 화려하면서도 독특한 골 세리머니가 연출되기를 기대해본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