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냐 대표팀이냐.' 조국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월드컵 대표팀 감독들이 운명의 장난에 괴로워하고 있다. 잉글랜드 등 일부 팀 감독들이 본선 1라운드에서 자국 대표팀을 맞아 운명적인 한 판 승부를 벌이게 된 것. 스웨덴 출신 잉글랜드 감독 스벤 예란 에릭손(F조),프랑스 출신 세네갈 감독 브뤼노 메추(A조),독일 출신 카메룬 감독 빈프리트 셰퍼(E조)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모두 출신국 대표팀과 같은 조에 편성돼 본선 1라운드부터 조국에 맞서 싸워야 할 운명이다. 또 브라질에서 귀화한 코스타리카의 알렉산데르 기마라에스 감독(C조)도 축구 강국 브라질을 맞아 힘겨운 일전을 벌이게 됐다. 이같은 '갈등'이 빚어진 이유는 최근 들어 감독들의 국경을 초월한 이동이 잦아졌기 때문.본선 32강에 오른 대표팀 수장 중 8명이 외국 출신이다. 특히 잉글랜드 대표팀이 지난 2000년 스웨덴에서 감독을 '수입'한 것은 실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세계 축구 관행이 굳어졌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반면 본선 첫 경기부터 조국팀과 맞붙게 된 선수도 있다. 프랑스의 미드필더인 파트리크 비에라가 바로 그다. 세네갈 출신인 비에라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조국과의 만남은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며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에라는 순해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반칙도 서슴지 않는 스타일이어서 조국 선수들을 상대로 어떤 경기를 펼칠지 관심거리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