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관은 빠졌지만 이변은 용납못한다.' 오는 31일 2002한일월드컵 축구대회 개막전에서 `테랑가의 사자' 세네갈의 거센 도전과 맞닥뜨리는 세계 최강 프랑스축구대표팀이 흔들리는 진용을 추스르고 있다. 최고 스타 지네딘 지단(레알마드리드)의 결장으로 전력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지만 월드컵 본선무대를 처음 밟는 세네갈에게 `대반란의 수모'를 당할 수는 없다는 태세다. 로제 르메르 감독은 지단의 공백을 느낄 겨를조차 없도록 하겠다며 낙승을 장담하고 있다. 미셸 플라티니 프랑스축구협회 부회장도 "이제 프랑스가 진정한 세계최강임을 입증할 기회가 왔다"며 `독전'에 나섰다. 선수단 내부에는 비장감이 흐르고 있다. 22명의 선수들은 지단의 몫까지 나눠 뛰자며 결전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왼쪽 윙백 빅상테 라자라쥐(바이에른뮌헨)는 "이번 개막전을 카메룬이 아르헨티나를 침몰시켰던 '90 이탈리아월드컵 개막전과 비교하곤 하는데 어림없는 소리"라며"우리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프랑스는 지금까지 세네갈과 A매치에서 한차례도 맞붙은 적이 없다. 그러나 코칭스태프는 대부분 프랑스 1부리그 르 샹피오네에서 뛰고 있는 세네갈 주전선수들의 장단점을 속속들이 파악, 완벽한 대응전략을 마련해놓고 있다. 비록 지단이 빠지지만 세네갈보다는 여전히 한 수 위인 전력을 앞세워 압승을 이끌어냄으로써 세계 최강의 위용을 과시하고 월드컵 2연패를 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복안이다. 페르디낭 콜리(랑스)가 이끄는 세네갈 수비진도 아프리카 지역예선에서 단 2골만 내주는 `짠물수비'를 자랑하지만 최전방 원톱 다비드 트레제게(유벤투스)와 좌우측 날개 티에리 앙리(아스날), 지브릴 시세(AJ오세르)로 구성된 프랑스의 트라이앵글 공격라인은 세네갈 문전을 융단폭격할 준비를 마치고 화력시범에 나설 태세다. 특히 앙리와 트레제게는 '98월드컵에서의 어린 티를 벗고 물이 오를 대로 올랐고 일본 이부스키 캠프까지 따라왔던 부상 악령을 털어내고 최고조의 컨디션에 도달하고 있다. 지단의 빈 자리를 맡게 될 것이 유력한 34살의 노장 유리 조르카에프(볼튼 원더러스)는 이번 대회직후 대표팀 은퇴를 미리 공언할 만큼 각오가 남다르다. 한국전에서 동점골을 터뜨리며 최근 페이스가 급상승한 크리스토프 뒤가리(보르도)가 `복병 게임메이커'로 나설 수도 있다. 강인한 끈기와 희생정신을 앞세운 프랑스의 허리진용은 지단 없어도 흔들리지 않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프랑스 코치진은 절도혐의로 입건된 칼릴루 파디가(AJ오세르)가 포함된 세네갈미드필더진이 숫적 우세를 앞세워 압박을 가해올 것으로 보이지만 파트리크 비에라(아스날)의 기량이라면 중원싸움에서 밀리는 일은 없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원 30대에 접어들어 노쇠기미를 보이고 있는 철벽 포백라인도 배수진을 친다. 리자라쥐-드사이-르뵈프-튀랑의 수비진은 세네갈의 `연쇄살인범' 엘 하지 디우프(랑스)의 공격예봉을 단숨에 꺾어놓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무엇보다 개막전의 최대 변수는 심리적인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수성'에 대한 압박감을 받고 있는 프랑스는 `밑져야 본전'인 세네갈보다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지단 쇼크'이후 프랑스 선수단 안팎에 흐르고 있는 위기감도 경기력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