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월드컵으로 통산 6번째 월드컵무대에 나서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앞선 어느 때 보다 강력한 조커진용을 갖추고 있다. 이번 대표팀은 끝없는 주전경쟁 속에 주전과 비주전의 기량차가 좁혀진데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멀티플레이어 만들기'가 열매를 맺으면서 베스트11 이외의 선수들도 여러 포지션의 경험을 바탕으로 적재적소에 투입돼 제 몫을 할 역량을 갖게 됐다. 공격진은 이같은 조커들이 넘쳐나는 포지션. 우선 지난 16일 스코틀랜드전에서 2골을 잡아내며 골감각을 살린 안정환(페루자)은 자신의 주 포지션인 섀도우 스트라이커 또는 공격형 미드필더 대신 최전방 원톱의 교체요원으로 자리를 굳혔다. "골대 가까이에 배치해야 위협적"이라는 히딩크 감독의 견해에 따라 최전방 조커로 등록한 안정환은 한박자 빠른 슈팅과 문전에서의 세밀한 개인기를 앞세워 필살의 `한방'을 장착하고 있다. 또 대표팀의 공격전형이 원톱과 양 날개 공격수로 굳어지면서 입지가 좁아진 최용수(이치하라)는 페널티지역 내에서 상대 수비들과 '전쟁'을 치를 수 있는 투지와 파괴력있는 움직임이 장점으로 언제든 기회만 달라며 벼르고 있다. 오른쪽 날개 공격수가 `본가'인 차두리(고려대) 또한 마무리가 안된다는 고질적인 문제점은 여전하지만 유럽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 힘과 돌파력은 후반 지친 상대수비수들을 농락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드필드로 내려오면 우선 대표팀내 최고의 패싱능력을 자랑하는 윤정환(오사카)이 눈에 띈다. 지난 3월 핀란드와의 경기에서 보여 준 스루패스 능력을 바탕으로 태극마크를 단 윤정환은 팀 전체의 수비력을 우선시하는 히딩크 감독의 전략에 따라 선발투입될 가능성은 낮지만 후반 공격의 효율을 배로 끌어올릴 수 있는 `송곳패스'로 대표팀의 `히든카드' 역할을 해 낼 전망이다. 오른쪽 미드필드에서 공격과 수비에 걸쳐 고른 역량을 갖춘 최성용(수원)도 비록 송종국(부산)에 가려 있지만 98년 월드컵에 나섰던 경험에 기반한 노련미는 비상시에 빛을 발할 수 있다는 평가다. 한편 고령과 부상가능성 때문에 히딩크 감독이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수비라인에는 풍부한 경험을 밑천으로 중앙과 측면수비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이민성(부산)과 정교한 킥과 롱스로우잉이 `병기'인 현영민(울산)이 든든하다. (경주=연합뉴스)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