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한국조직위원회(KOWOC)가 초청한 북한 체육계 인사들의 2002년 한ㆍ일 월드컵 행사 참석이 사실상 무산된 것은 과거 북한의행태로 미뤄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고 대부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북한은 무엇보다 북측 관계자들의 월드컵 행사 참석으로 얻을 수 있는 정치ㆍ경제적 실익이 아무 것도 없고 그보다는 오히려 실이 더 많다고 판단했을지 모른다는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에서 화해ㆍ협력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고는 하지만 지구촌의 대축제인 월드컵이 한국에서 열린다는 것은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월드컵으로 전세계의 관심이 한국에 쏠려있는 마당에 북측 관계자들이 월드컵행사에 참석하게 되면 한반도의 중심이 서울이라는 모양새를 북측에서 동조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주민들 사상교양을 체제유지의 관건으로 삼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한국의 국제적위상이 한층 높아지는 계기가 될 월드컵행사에 북측 관계자들을 참가시킬 경우 자칫한국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등의 부정적 결과가 초래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행사불참의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와 국민이 총력을 기울여 준비한 월드컵을 통해 경제력과 국민생활 수준의 격차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밖에 없어 비록 관계자 몇 사람만이 참석한다 하더라도 직접 목격할 때의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북한은 외국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행사와 체육경기에 적지 않게 참가해 왔지만 유독 한국에서 열리는 행사에는 한 번도 참석한 적이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애초 계획과 달리 대집단체조 및 예술공연 `아리랑' 관람에 남측 인사들을 배제한 것도 `아리랑'과 월드컵 행사에 남북한 인사들을 상호초청하려 했던 남측의 의도를 미리 차단하려는 목적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으로서는 세계의 축제인 월드컵의한국 개최로 자존심이 몹시 상해 있는 판에 북측 관계자들을 보낼 이유가 있겠느냐"며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기자 ch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