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한국만큼이나 16강에 가고 싶다' 느슨한 훈련 일정으로 화제가 됐던 미국이 사실은 고도의 연막속에 철저하게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한 조에 속한 미국 대표팀은 24일 입국한 뒤 줄곧 오전에만 1시간30분 정도 훈련에 투자했고 오후에는 선수가 무엇을 하든지 상관하지 않는 자유시간을 줬다. 또한 한국 프로팀들과의 평가전을 통해 최종 전력 확인에 나서는 다른 팀들과는 달리 평가전 계획도 발표하지 않아 '너무 느긋한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평가전 계획에 대해 '노 코멘트'로 일관하던 미국팀이 28일 오후 우루과이와 평가전을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평가전의 날짜는 한국 입국전부터 계획돼 있었던 것으로 봐 지난 26일 프랑스를 상대로 선전한 한국의 기량에 자극을 받아 갑작스럽게 계획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본선 개막을 앞두고 치밀한 계산아래 차근차근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다만 지난 13일 맞붙었던 우루과이를 2주만에 또 `스파링 파트너'로 고른 것은 적당한 상대를 찾지못한 고육지책인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가진 14번의 A매치에서 당한 4차례의 패배를 모두 유럽팀에 당했고 포르투갈, 폴란드와의 본선 경기가 예정된 미국은 당초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미국팀은 여전히 감독의 뜻이라며 "연습 경기에 대해서는 일정을 포함해 아무 것도 말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천안에서 훈련중인 우루과이측도 마찬가지로 입을 다물고 있다. 따라서 일정은 알려주고 훈련은 비공개로 진행해도 똑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음에도 일정 자체를 비밀에 부치는 것은 혹시라도 있을 지 모를 미디어의 '엿보기'를 미연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한국 등 D조 국가들이 방심하는 효과도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평가전에 앞서 이날 오전 훈련도 비공개로 진행하는 미국은 본선 상대국이 정해지자마자 3명의 코치에게 전담으로 분석할 팀을 맡겼고 이들은 6개월 가까이 상대팀을 집중 해부하고 있다. 한국은 데이브 세라칸 수석 코치가 맡고 있고 포르투갈은 글렌 마이어닉 코치, 폴란드는 밀루틴 소스키치 골키퍼 코치가 전담하고 있다. 마이어닉 코치는 지난 25일 열린 포르투갈과 중국과의 평가전에도 다녀왔다. "우리는 놀러온게 아니다"라는 브루스 어리나 감독의 말이 새삼 무게를 더해 들려온다. (서울=연합뉴스)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