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대표팀의 공격수 설기현(23.안더레흐트)이 길었던 골가뭄에 마침표를 찍고 대표팀 간판공격수 자리를 굳혔다. 설기현은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스리톱의 왼쪽 날개 공격수로 선발출장, 전반 41분 최태욱의 왼쪽 프리킥을 정확하게 머리로 받아 넣으며 2-1을 만드는 역전골을 뽑아내 `킬러의 부활'을 선포했다.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지만 지난 해 2월 두바이 4개국대회 아랍에미리트전에서 골을 넣은 이후 무려 15개월여 만에 터뜨린 이 한방은 의미가 크다. 설기현은 그동안 거스 히딩크 감독이 가장 신뢰하는 최전방 공격수로 평가돼 왔다. 히딩크 감독은 황선홍, 안정환, 차두리, 최용수 등을 설기현과 함께 최전방 요원으로 낙점했지만 유럽의 파워있는 수비수와 맞서 자신의 전술적 요구를 실현할 수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 설기현에게 거는 기대가 컸던 것. 최전방에서 수비를 몰고 다니는 활발한 움직임, 유럽의 거한들과 맞서 밀리지 않는 몸싸움 능력, 적극적인 수비가담 등 설기현의 장점에 주목한 히딩크 감독은 올초 골드컵에서 대표팀이 골가뭄에 시달리자 "설기현이 복귀하면 나아질 것"이라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었다. 그런 기대에도 불구, 설기현은 그간 허리, 허벅지 등의 잔부상에 시달린데다 소속팀내 주전 경쟁에서 한발 밀리며 경기감각을 잃어 오랫동안 `킬러구실'을 못했지만 히딩크 감독의 믿음은 집요했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 3월20일 핀란드전에서 설기현을 최전방 원톱으로 선발기용했지만 이렇다할 활약을 못하자 3월27일 터키전에서는 후반종료직전 최용수 대신 교체투입하는 충격요법을 쓰며 그를 단련시켰다. 결국 설기현은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서야 자신을 향한 히딩크 감독의 오랜 기다림에 보답했다. 지난 달 코스타리카전과 중국전에 잇따라 투입되고도 계속 결정적인 찬스를 무산시켜 히딩크 감독의 애간장을 태웠던 설기현은 지난 21일 잉글랜드전에서 좋은 움직임으로 가능성을 보이더니 기어이 최강 프랑스를 상대로 `보은'의 한방을 터뜨렸다. (수원=연합뉴스)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