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야,오른쪽이 아니라니까. 줄리메컵이 어디서 나오는 지 관객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왼쪽에서 검은 천을 건네 줘야지.다시 한 번 해보자" 지난 20일 밤 10시 신촌로터리 바그다드 마술학원(magicedu.net)연습실.국제축구연맹(FIFA)공식 월드컵 홍보 마술사인 서기원씨(26.항공대 항공기계공학과 4년)가 보조마술사와 함께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이용한 마술을 연습하고 있었다. 완벽한 연기를 위해 십여차례 같은 동작을 반복했지만 그에게서 피곤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손동작 하나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 영락없는 "프로"다. "힘들지 않냐구요? 세계인의 눈과 귀가 집중되는 월드컵에서 공연하게 됐는데 그럴리가 있겠어요. 동료와 호흡이 맞지 않으면 짜증도 나지만 그럴수록 "난 멋지게 해낼 수 있어"라고 자기최면을 걸지요" 서씨는 지난달 중순 월드컵 홍보 공식 마술사로 지정된 이후 한달넘게 하루 4시간씩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경기 3시간전 VIP를 위해 공연할 예정입니다. 내로라하는 전세계 유명인사가 제 마술을 보게 되는 거죠." 그는 오는 6월 1일 울산에서 열리는 우루과이 대 덴마크 경기를 시작으로 모두 15경기 식전행사에 참가해 솜씨를 뽐내게 된다. 지난 2000년 군대 제대 후 아르바이트로 마술까페에서 서빙을 하면서 마술의 매력에 흠뻑 빠져 본격적으로 마술수업을 받게 됐다는 서기원씨. "간단한 기술만 보여줘도 주위사람들이 "야,너 진짜 잘한다"라고 해주니까 마술사가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마술에 자신의 미래를 건 그에게 "평범하게 공부해서 좋은 직장에 취직해라"는 부모님 말씀이 들릴 리 없었다. 서씨는 지난 2000년 9월 항공대에 국내 최초의 대학 마술동아리 "조커"를 만드는가 하면 대학연합 마술동아리 회장도 맡는 등 마술 홍보를 위한 대외활동에 적극 나섰다. 물론 자신만의 "비장의 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서씨의 마술사랑에 대한 대가랄까. 경력 3년차의 신참 마술사임에도 불구하고 쟁쟁한 선배마술사들을 제치고 당당히 FIFA공식 마술사로 지정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얼떨떨하죠.부담도 많이 느끼구요. 일단 화려한 공연 보다는 실수없는 깔끔한 마술을 보여줄 겁니다" 공식 마술사로 지정된 덕분에 세계적인 팀들의 경기를 공짜로 관람하게 돼 더욱 신이 난다는 그는 한국축구에 대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우승을 목표로 뛰면 16강이아니라 4강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한국 대표팀 경기 공연은 다른 마술사가 하기로 돼 있어 아쉽지만 우리팀의 승리를 위해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