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이탈리아 페루자)이 플레이메이커보다는 스트라이커로서의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래 측면공격수나 섀도우스트라이커, 플레이메이커 등으로 기용됐던 안정환은 16일 스코틀랜드와의 경기에서 중앙 공격수로 처음 출장했으나 의외로 출중한 골감각을 자랑해 황선홍, 최용수 등의 입지를 흔들어 놓았다. 안정환은 국내 프로축구에서 득점왕까지 차지했을 정도로 골감각이 타고 났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그라운드를 대각선으로 질주하는 모습과 현란한 드리블, 그리고 상대선수를 2-3명 따돌린 뒤 날리는 강슛 등은 안정환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그렇지만 안정환에게는 최전방 공격수로서 부적합한 면이 있었다. 몸싸움을 싫어하는 기질과 헤딩은 가능한 피하려고 하는 플레이스타일로 인해 상대 골마우스 앞에서 수비 2-3명과 볼을 다툰 뒤 골을 터트려야 하는 역할은 어딘지 모르게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의 눈에 안정환은 스트라이커였다. 지난 3월 스페인전지훈련에서 안정환을 제외한 이유에 대해 히딩크 감독은 "우리 팀에서 스트라이커는 이미 충분하다"고 말하며 안정환을 최전방 공격수의 테두리에 포함시켰었다. 테스트 성격이 짙었던 3월 튀니지전, 4월 코스타리카전에서는 공격형미드필더로 기용해 스트라이커 대열에서는 제외시킨 듯 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이날 황선홍 대신 안정환이 투입된 것은 많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 여겨진다. 부상중인 선수를 제외하더라도 최용수가 건재한 상황에서 안정환이 처음으로 중앙 공격수로 나선 사실과 히딩크 감독이 "편안한 마음으로 플레이하라"고 특별 주문한 것도 깊이 생각해 볼 대목이다. 안정환은 이날 2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히딩크감독의 기대를 백분 충족시켰다. 히딩크 감독은 경기후 "안정환의 스트라이커 능력을 테스트했고 많은 성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안정환을 계속 스트라이커로 기용할 지는 미지수지만 히딩크 감독으로서는 안정환을 활용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을 찾은 셈이다. (부산=연합뉴스)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