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국진(37)씨는 최근 또 프로골프테스트에서 떨어졌다. 지난 99년부터 매년 두 차례씩 응시했으니 이번이 일곱번째 낙방이다. 그를 만나기전 몹시 낙담하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표정이 너무 밝았다. MBC TV에서 방영하는 시트콤 "연인들" 녹화도중 짬짬이 인터뷰를 했는데 "이제 자신감이 더욱 생겼어요. 다음에는 붙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라며 상당히 고무된 모습이었다. 김국진씨는 93년 휴식차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골프에 입문했다. 남에게 배우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성격이어서 독학으로 익혔다. 1년 후 한국에 돌아왔을 때 골프실력은 90타대 중반. 일에 쫓겨 2년 정도 골프채를 잡지 못하다 96년쯤 다시 시작했는데 간신히 보기플레이를 유지했다. 보기플레이어로 골프를 즐긴 지 2년쯤 된 어느 날 김국진씨는 갑자기 80타대 초반의 스코어를 기록했다. 이후 한 달 만에 70타대 '싱글'이 됐고 또 다시 한 달 만에 2언더파라는 놀라운 스코어를 냈다. "이유를 모르겠어요.항상 90타대만 치다가 두 달 만에 '싱글 골퍼'가 됐어요.그동안 꾸준히 연습을 해온 게 효과를 발휘한 것 같아요." 핸디캡이 낮아지자 실력을 검증받고 싶은 욕망이 생겨났다. 그래서 세미프로테스트에 도전하기로 마음먹고 맹연습에 돌입했다. 그러나 세미프로테스트가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될듯 될듯 하면서 1∼2타차로 계속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그는 역설적으로,떨어지면서 더욱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처음 테스트를 볼 때 핸디캡이 10이었는데 한 번 떨어질 때마다 핸디캡이 하나씩 줄어 지금은 핸디캡이 3 정도 됩니다.실패를 하니까 실력이 향상됩디다.한번 떨어지면 단점을 보완해서 다시 도전하고 또 떨어지면 보완해서 다시 나가고….앞으로 붙을 때까지 계속 도전할 겁니다." 김국진씨는 골프를 통해 소중한 가르침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경우 라운드를 하고 난 뒤 결정할 정도다. "골프는 어떤 클럽으로 어떻게 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또 더블보기,트리플보기의 실수를 통해 커나가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도 새롭습니다." 김국진씨는 드라이버샷 평균거리가 2백30야드에 불과했으나 최근 20∼30야드 늘면서 거리부담을 덜었다. 그는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리듬'을 꼽았다. "첫 티샷할 때와 후반에 티샷할 때의 스윙상태가 달라집니다.그래서 잘 나가다가도 무너지는 경우가 생깁니다.자신만의 리듬을 잘 유지해야 골프가 탄탄해집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