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국가대표팀의 대구 합숙훈련 이틀째인 14일 오전 수성구민운동장에서 실시한 족구대회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과 코치들로 구성된 팀이 3승2패를 기록하며 의외의 선전을 했다. 하지만 이들 '노장조'의 선전에는 공격수로 나서 갖은 반칙으로 상대편 선수들을 괴롭힌 거스 히딩크 감독의 '파울 플레이'가 절대적으로 작용했다. 히딩크 감독은 상대선수가 스파이크를 날릴 때면 고성으로 야유를 보내 선수들의 집중력을 흔들었고 상대 공격수의 옷을 잡아끄는 '애교성' 반칙은 물론 네트 앞에서 공중볼을 경합할 때면 육중한 몸을 네트에 던지다시피 하는 '과격한' 파울도 서슴치 않았다. 구경나온 시민들은 '육십노인'의 익살을 즐겁게 지켜봤지만 알고보면 히딩크의 이같은 반칙작전에는 정석플레이만 하는 한국선수들의 '범생 기질'을 흔들어 놓겠다는 고도의 계산이 내포돼 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허진 미디어 담당관은 "축구는 젊잖은 테니스가 아니라는 지론을 갖고 있는 히딩크 감독이 '반칙왕'을 자임함으로써 승리를 위해서 때로는 그라운드에서 '악행'을 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악역을 맡을 선수가 필요하다"는 말로 한국선수들의 착한 플레이에 일침을 가했던 히딩크 감독이 대 놓고 말하기 힘든 자신의 바람을 족구를 통해 체현시키고 있다는 분석. 이에 대해 대표팀 훈련을 참관하고 있는 최진한 올림픽팀 코치는 "히딩크 감독의 저런 노력에도 불구, 김남일(전남) 정도를 제외하고는 팀내에 '악역'을 맡을 만한 인물이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목표달성을 위해 철저한 위계질서와 착한 플레이로 대변되는 동방예의지국의 축구문화에 맞선 히딩크 감독의 '악바리 만들기'가 결실을 볼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대구=연합뉴스) 조준형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