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세계 1인자 할리드 하누치(30.미국)가 2002 런던마라톤대회에서 3년 묵은 세계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또 여자부에서는 '장거리의 여왕' 파울라 레드클리프(영국)가 마라톤 데뷔 무대에서 역대 2위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하누치는 14일(한국시간) 런던에서 열린 2002 런던마라톤대회 남자부 42.195㎞풀코스에서 2시간5분38초를 기록해 자신이 지난 99년 10월 시카고마라톤에서 세웠던 종전 세계기록(2시간5분42초)을 4초 앞당기며 우승했다. 지난 대회 준우승자 폴 테르가트(32.케냐)가 역대 3위에 해당하는 2시간5분48초의 기록으로 2년 연속 2위를 차지했고 '장거리의 제왕'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28.에티오피아)는 2시간6분35초의 기록으로 3위에 올라 성공적으로 마라톤 무대에 데뷔했다. 모로코 태생으로 2000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하누치는 결승선을 통과한 뒤 아스팔트에 엎드려 입을 맞추고 기도를 올리며 감격을 대신했다. 하누치는 "조건만 맞으면 세계최고기록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며 "힘든 레이스였지만 마지막에 정신력에서 앞서 이길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5000m와 10000m에서 15개의 세계신기록과 2개의 올림픽 금메달, 4개의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따내며 10년 넘게 장거리 무대를 주름잡았던 게브르셀라시에는 공언했던 2시간4분대 기록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역대 6위의 기록을 작성해 마라톤에서 상당한 활약을 예고했다. 하누치는 35㎞ 지점까지 줄곧 레이스를 주도하던 게브르셀라시에의 뒤에서 달리다 39㎞ 지점에서 테르가트와 함께 게브르셀라시에를 앞질렀고 곧이어 뛰어난 스퍼트로 테르가트까지 따돌리는 노련한 경기 운영을 보여줬다. 지난해 마라톤으로 전향한 테르가트도 장거리에서는 번번이 당했던 게브르셀라시에에게 새로운 무대에서 멋지게 설욕했다. 여자부에서도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 세계크로스컨트리선수권과 하프마라톤을 각각 2연패하고 마라톤으로 전향한 레드클리프는 세계최고기록(2시간18분47초)에 단 8초 뒤진 2시간18분55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 데뷔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스베틀라나 자카로바와 류드밀라 페트로바(이상 러시아)가 각각 2위(2시간22분30초)와 3위(2시간22분32초)를 차지했다. (런던 AP=연합뉴스)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