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권위의 골프대회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이 올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드러냈다. 9일(이하 한국시간) 현지에 속속 도착, 여장을 푼 뒤 연습라운드를 한 출전 선수들은 지난 1년동안 대대적인 보수 작업을 마친 오거스타코스에 혀를 내둘렀다. 빠르고 단단한 '유리알' 그린을 내세워 '퍼팅 경연장'이라던 오거스타가 길이까지 285야드나 길어지고 벙커는 많아져 이제는 어지간한 장타자가 아니면 '파온'을 꿈도 꾸지 못하는 코스로 변모했기 때문. 2000년 우승자 비제이 싱(피지)은 18번홀(파4)에서 드라이버 티샷에 이어 3번 아이언으로 겨우 그린에 볼을 올렸다. 싱은 "(장타자에 속하는) 내가 3번 아이언을 쓴다면 웬만한 선수들은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거스타 18번홀은 비교적 쉬운 편이었으나 이제 '괴물'로 바뀐 셈이다. 데이비드 듀발(미국)은 메이저대회에서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7번 우드를 준비했다. 5번 아이언으로 거뜬히 2온이 가능했던 13번홀(파5)이 2번 아이언을 써야할만큼 길어졌지만 2번 아이언 대신 7번 우드를 쓸 계획이다. 지난해 14번홀(파4)에서 3번 우드 티샷에 이어 8번 아이언을 썼던 듀발은 올해드라이버로 한껏 티샷을 날리고도 7번 아이언을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타를 앞세운 타이거 우즈(미국)에 형편없이 유린당했다고 여긴 후티 존슨 오거스타 회장의 자존심 회복 결심에 따라 개조한 오거스타는 역설적으로 '장타자' 우대 코스가 된 것 아니냐는 혹평도 제기됐다. 장타자 대열에는 끼지 않는 닉 프라이스(짐바브웨)는 "300야드를 날리지 못하면 우승은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이라며 "출전 선수 가운데 80%는 걸러질 것"이라고 불평을 쏟아냈다. 우즈 역시 "티샷을 멀리 날리는 선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코스 개조를 맡았던 코스설계가 톰 파지오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하면서 "장타자라도 정확도가 떨어지면 우승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골프다이제스트는 코스 변화로 득을 볼 선수로 어니 엘스(남아공)와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찰스 하웰 3세, 짐 퓨릭, 데이비스 러브3세(이상 미국), 그리고 비제이 싱을 꼽았다. 반면 장타자이기는 하나 정확도가 떨어지는 필 미켈슨, 데이비드 듀발(이상 미국) 등은 코스 변화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됐다. 우즈와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스페인)은 대조적 플레이 스타일이지만 코스 변화에 대해 "하기 나름"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오거스타 AP.AFP=연합뉴스) khoon@yna.co.kr